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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행복한 추석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해마다 명절이면 늘 느끼는 바이지만, 일 년에 두 번씩 결혼한 여자들이 남편 집에 가서 일을 하고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이 풍속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이 될 지 사뭇 궁금하다. 남자 집안의 윗대 며느리인 시어머니가 차례 상을 준비하고 그 아래 며느리들이 보조 및 설거지를 하는 편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시어머니들도 젊은 며느리 눈치를 보느라 과도한 일을 시키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그래도 젊은 여자들 입장에서 시댁에서 쇠는 명절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남자들 역시 명절이 마냥 편하고 즐겁지만은 않다. 젊은 남편들은 시댁에 와서 일하는 아내를 위해서 알아서 눈치껏 거들고, 아내 앞에게 권위적인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버티는 중년층들조차도 요즘은 명절 앞뒤로 아내 눈치를 꽤 살핀다고 한다. 오랜 시간 가부장의 권위로 살아 온 어르신들도 옛날식의 전통 제사를 고집할 수 없고 사회적 분위기 상 간소한 차례 상에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추세다.

 그러니까 이 나라에서 남편의 권위, 남존여비 사상은 이미 많이 사라졌는데 관습이 그러니까 그저 시늉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 년에 두 번 관습에 따라 의식처럼 며느리 행세를 해야 하고 남편들은 눈치보다 집에 가서 아내 다리 주물러야하는 명절 시댁나들이. 그렇다면 남편들도 아내 집에 가서 똑같이 일하고 설거지를 하면 그나마 평등한 명절이 유지될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명절 평균 차례상이 마트에서는 20만원대, 전통시장에서는 그보다 싼 10만원대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명절을 쇠는 비용은 그걸로 택도 없다. 부모님과 친지 어른들에게 선물이나 용돈을 드려야 하고 오랜만에 보는 조카와 아이들에게 돈을 쓰게 된다. 결혼을 했다면 양쪽 부모님 집안을 다 찾아 뵈야 하니 비용은 두 배로 든다. 부모님 집이 지방에 있다면 이동하는데 드는 물리적, 시간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회사나 나라에서 명절 쇠라고 돈을 턱턱 주는 것도 아니다. 한정된 비용으로 치르다보니 시댁에 얼마를 쓰고 친가에는 얼마를 쓰고 하는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백 년 이어 온 전통인 명절을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 가족 단위의 만남을 분산해 간소화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설날에 친가를 갔다면 추석에는 시댁을 가는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설과 추석을 똑같은 비중으로 치르지 않는다. 어느 하나를 간소화하지 못할 바에는 개인들이 알아서 조절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어르신들은 섭섭할 수 있겠지만 자녀들을 생각해서 고려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형식적으로 전체 가족들이 다 모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걸 한 번으로 줄이고 자녀들 가정이 좀 더 편하고 행복한 것도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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