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인 2003년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고 철강 붐이 일었을 때 해운업계는 마치 ‘알라딘의 동굴’과도 같은 화물의 보고를 얻게 된다. 일본,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필요로 하는 선대를 가둬놓지 않았기 때문에 철광석 수입의 증가는 곧 해운업계에 금광과 같은 역할을 했다. 결국 너무 많은 화물에 비해 제한된 선대로 인해 케이프사이즈급 운임이 급등하게 된다.
항상 그렇듯이 해운업은 경제 기적이 발생했을 때 많은 돈을 벌어왔는데 그중에서도 중국의 급성장은 특별한 경우였다. 2003년부터 10년 동안 중국의 산업, 특히 제철업은 그 누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빠르게 성장했다.
2003년 당시 중국 정부는 철강 생산량이 2010년에 가서 3억 톤에 이를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생산량은 6억2천7백만 톤이나 됐고 이것이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났다. 해상을 통한 중국의 수입 화물량은 네 배나 증가해 2013년에는 20억 톤에 이르게 됨으로써 역사상 그 어떤 국가도 1년 안에 이처럼 많은 물량을 수입해본 적이 없었다. 2003~2008년 사이의 화물 ‘붐’ 시기는 산업 역사상 최고의 시기였다고 봐도 거의 틀림없다.
2008년 신용 위기 이후에도 중국은 09‘년에 일시적 기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려나갔다. 이러한 고도성장은 선주들이 1980년대처럼 붕괴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는데, 이런 성장이 없었다면 벌크와 컨테이너선 시장은 타격을 입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현실 세계에서 경제는 계속 진행되고 있고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온다. 덩치가 큰 중국은 여러 지역들이 여전히 빈곤을 면치 못한 가운데 이미 경제활동이 둔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 생산 성장률은 8월 기준, 전년대비 6.9%나 떨어졌으며 수년 동안 연평균 20~30%씩 성장하던 수출교역의 달러화 가치 또한 2013년에는 8%에 머물렀다.
금년에 일어난 진짜 변화는 철강과 건설업 부문에 있다. 공식적 통계에 따르면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면적기준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고 주택 완공율은 30%나 떨어졌다. 베이징에 있는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2년간 주택건설이 훨씬 더 하강국면에 접어들 걸로 점치고 있다. 비록 철광석 수입량이 전년 대비 18% 늘긴 했으나 철강생산량은 5% 성장에 그치고 있어 좋은 징조라 할 수 없다. 한편 철강 가격은 5~10% 더 주저앉았고 수출량은 37% 늘었다. 모든 신호가 시장이 약화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물론 이런 동향들이 순환적일 수 있겠지만 중국은 지난 10년을 비추어볼 때 매우 다른 경제시스템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신세대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자동차, 패션 그리고 자신감을 갖고 성장했다.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고유황 석탄 수입에 대한 금지 법안이 곧 시행에 들어가게 된 점을 들여다보면 앞서 나열한 것들이 향후 교역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짐작 가능케 한다.
성장을 향한 중국의 질주도 완화되고 있고 수입화물량은 올해 5% 느는 데 그칠 걸로 예상된다. 이는 붐이 일었던 시기의 연간 성장률인 10~2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1960년대 일본과 유럽에서, 80년대와 90년대에는 한국에서 일어났던 것과 비슷하다. 이는 결국 ‘알라딘의 동굴’이 비었음을 의미할까? 어두운 구석이 곳곳에 산재한 큰 동굴(중국)을 보면서 이곳이 비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찌됐든 투자자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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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쉬퍼스저널 외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