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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 살아 있네.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떨어져 있는 솔방울들이 보여서 몇 개 주워 집으로 가져왔다. 새똥과 흙들이 묻어 있어서 물로 깨끗이 씻어서 두었는데 잠시 후 보고 깜짝 놀랐다. 하나같이 야물지게 몸을 오무려 변신한 것이다. 처음엔 커다란 벌레들이 있는 줄 알고 기겁을 했으나 기하학적 모양으로 빈틈없이 단단하게 속을 보호하도록 여며진 모습을 보니 예쁘기까지 하다.

 어려서부터 솔방울들은 흔하게 보고 자랐지만 이렇게 유심히 솔방울을 들여다보기는 처음인 거 같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수분이 마르기 시작하자 딱 딱 소리를 내며 다시 꽃처럼 활짝 편다. 잎 사이 사이에서 깨알만한 씨앗들을 떨구기도 한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떨어져 뒹굴던 애들이었는데 어떻게건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들의 놀라움이란 참 경이로운 수준이다.

 그냥 장식용으로 아무렇게나 매달아 둘 요량이었는데 얘들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 난감하다. 가끔 물을 줘가며 키워야 하나 어쩌나 모르겠어서 네이버에서 솔방울을 검색해보니 쇼핑몰 사이트가 먼저 뜬다. 들어가 보니 솔방울 10개에 5천 얼마씩 판다. 한 개에 5백원 꼴이다. 인터넷 쇼핑몰에 뜰 정도면 이미 솔방울들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이미 오래 전부터 솔방울들을 모아서 천연가습기로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도 있고, 솔방울로 솔술을 만들어서 먹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각종 성인병에 좋다고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데 솔방울들이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쯤되면 하나에 5백원 정도 상품가치는 충분히 된다. 그런데 이쯤에서 그쳤으면 좋겠다. 솔방울의 상품가치가 더 높아져 더욱 많이 팔리게 되면 산의 솔방울들이 남아나지 않게 되고 겨울을 나는 산새와 곤충들은 먹을 게 없어질테니 큰 재앙 아니겠는가.

 솔방울은 구과목에 속하는 나무들이 맺는 열매다. 구과목에는 우리가 잘 아는 소나무과뿐만 아니라 측백나무과, 낙우송과 등이 포함된다. 소나무과만에도 소나무와 잣나무, 전나무, 잎갈나무 등이 있다. 이 나무들이 맺는 솔방울에는 각 실편마다 2개의 종자가 들어있다. 생긴 건 조금씩 다르지만 한 집안 식구인 셈이다. 측백나무과와 낙우송과도 솔방울을 맺는데 각 실편에 종자가 2개 이상씩 들어있다.

 구과목의 다양한 나무들이 서식하는 자연휴양림같은 곳을 가면 다양한 모양의 솔방울들을 볼 수 있다. 솔방울 모양만 잘 알아도 그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본격 겨울이 오기 전에 가까운 산을 찾아서 다양한 솔방울들 구경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떨어져 뒹굴던 솔방울 덕분에 자연과 조금 더 친해진 거 같아서 스산한 초겨울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글. 사진/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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