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6 (토)

  • 맑음동두천 -1.7℃
  • 맑음강릉 4.5℃
  • 맑음서울 -0.4℃
  • 맑음대전 1.9℃
  • 맑음대구 4.8℃
  • 맑음울산 5.7℃
  • 맑음광주 4.4℃
  • 연무부산 7.4℃
  • 맑음고창 3.1℃
  • 구름조금제주 8.9℃
  • 맑음강화 1.1℃
  • 맑음보은 1.4℃
  • 맑음금산 1.4℃
  • 맑음강진군 4.8℃
  • 맑음경주시 5.5℃
  • 맑음거제 7.1℃
기상청 제공

CSR

유례가 없는 배달시스템, 빠른 게 능사인가 ?


 연말에 몇 개의 바쁜 일정을 맞추느라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많이 이용했다. 원고 교정지나 책으로 된 문건 등 서류들은 이메일로 발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정지와 관련문건들을 검토한 후 퀵서비스를 수배해 거래처에 보낸다. 업체에 전화를 하면 20분 안이면 퀵서비스 기사님이 내방을 해 가져간다. 그리고 거래처에서 검토를 한 후 또 바로 퀵서비스로 서류들을 보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뭐 이렇게 어이없을 정도로 편한 시스템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저녁 8시 이후까지도 퀵서비스 기사님들이 움직이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있는 종로에서 마포 홍대입구까지 퀵서비스 이용 요금은 만 이천원. 내가 직접 가져다 줄 경우 왕복 한 시간은 족히 소요되고 요즘같은 연말이면 더 걸린다. 승용차나 택시를 이용하면 기름값이나 왕복 택시비도 만만치 않게 든다. 게다가 최소 한 시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퀵서비스를 이용하면 만 이천에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해결이 되니 굉장한 시스템 아닌가. 그런데 이 굉장한 시스템 안에는 좀 서글픈 인건비 계산법이 들어 있다.

 우리가 지불하는 퀵서비스 요금은 바로 기사에게 가는 게 아니다. 통상 업체에서 20~25%를 뗀 금액이 기사에게 지급된다고 한다. 만이천원 요금 거리를 하루 10번 한다고 친다면 10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 기사의 몫이 된다. 거기에는 유류비와 통신비, 식대 등이 다 포함되어 있다. 생산수단인 오토바이 수리비도 기사의 몫이다. 오토바이가 노후되어 새로 교체를 할 때도 기사가 스스로 부담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들은 하루에 한 건이라도 더 뛰기 위해 분초의 시각을 다투고 밤 늦게까지도 연장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택배 시스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터넷서점에서 오전 중에 책을 주문하면 당일배송 시스템으로 그날 오후에 책을 받아볼 수 있다. 신간도서는 단 한권도 무료배송해 준다. 대형마트 쇼핑몰에서 물건들을 주문하면 원하는 날짜에 배송해주고, 동네 수퍼에서도 일정금액 이상 주문하면 현관 앞까지 배송해 준다.

 짜장면 한 그릇, 피자 한판, 치킨 등 야식배달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집에서 시켜먹을 수 있고, 새벽이라도 편하게 집에서 야식을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배달에 관한 한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편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배송료는 대부분 당연히 무료다.

 받는 사람들은 무료배송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그 당연한 구조 속에는 역시 건당으로 인건비를 책정하는 관행이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한 곳이라도 더 빨리 배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종종 사고로 이어지는데 그들의 ‘빨리빨리’ 정신은 사실 우리 사회 전체가 종용한 것이다. ‘더 빨리’를 재촉하는 대신 조금 늦더라도 일한만큼의 보수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다 함께 지향하는 게 옳지 않을까. 빠르기 보다는 안전함을, 저렴함보다는 합리성을 지향하는 건전한 배달의 민족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글. 김지태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