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짧은 역사의 크루즈산업. 급격한 팽창에 환경단체의 잇따른 주목받아.
국제법에 크루즈 환경조항 많지 않아 선사들도 억울한 사례 많아.
크루즈는 결국 도시의 축소판. 탑승객들의 환경의식에 달려있어.
환경오염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뉴스가 연일 신문에 오르내린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능한 시대에 인구마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니 다양한 오염물질로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인 것만은 자명한 사실. 이제 지구온난화와 사막화 그리고 생태계교란등을 비롯한 환경오염의 범지구적 해결방안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매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크루즈업계는 약 60년 정도에 짧은 역사를 가진 덕에 최첨단 기술들이 총망라된 가장 진화한 이동수단들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머물다 간 곳은 어디든 다양한 쓰레기로 골치를 앓게 되기 마련. 크루즈업계 또한 환경보전이라는 슬로건 아래에서는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고로, 영국의 환경단체 FOE(Friend of the Earth)는 최근 크루즈선사의 환경정책에 깊게 관여하기 시작했다. 매년 16개의 크루즈선사 대상으로 한 환경평가 점수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 크루즈선사들의 협조아래 이루어지는 이 평가는 ‘하수처리’, ‘공기오염 절감’, ‘하수수질 법령 준수’(알래스카해에 한함), ‘환경경영의 투명성’ 이렇게 4가지 항목으로 발표된다. 2013년 클린포트포럼을 주최한 바 있는 쉬퍼스저널은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폭발적인 발전을 목도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FOE가 발표한 2014년 가장 Eco-Friendly했던 크루즈선사들을 알아보는 동시에 크루즈업계의 환경오염 실태와 개선 방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크루즈가 발생시키는
오염물질 최근 몇 년간 크루즈업계는 세계 환경기구들로부터 해양오염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크루즈업계도 억울하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상에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하수 및 쓰레기는 육지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벗어나면 자유롭게 투척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으며, 지상에서 이뤄지는 산업의 폐기물과 비교할 때 유달리 높다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떠다니는 도시라 불리는 크루즈는 전례 없는 업계호황세와 맞물려 선박수와 선박규모 역시 대형화되는 추세다. 이제는 그만큼 많고 다양해진 폐기물들을 환경단체들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FOE가 발표한 크루즈 환경오염도에서도 몇가지 항목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선이라하는 오아시스호(Oasis of the Seas)를 실예로 들었다. 로얄 캐리비안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이 거대한 크루즈가 발생시키는 환경오염물질의 양은 그 심각성을 역설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된 셈이다. 그만큼 크루즈산업이 성장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먼저 상주인구 개념으로 보자. 오아시스호의 최대정원은 8,100명(상주직원 포함)이다. 이것은 미국 버몬트주의 주도인 몽펠리에(Montpelier)시 인구보다 많은 것이며, 일리노이주의 웨스트 피오리아(West Peoria)시 인구 2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 달 소비 전력량은 약 97,000KW로 미국 7만7천개의 가정이 같은 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크루즈를 평균으로 합산했을 때의 수치가 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1주일 여정의 크루즈는 21만 갤런의 하수를 바다로 방출하게 된다. 이것은 79만톤의 우유 그리고 아프리카 코리끼 214마리의 무게와 같은 양. 또한 3천명 정원의 크루즈의 경우 매일 7톤의 쓰레기와 15갤론 분량의 독성 화학 폐기물이 발생되며,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또한 탑승객 1명당 지상에서보다 3배 높고, 항구에 정박해 있는 10시간 동안에 크루즈는 기름괴물로 알려진 자동차, 험머(Hummer) 6.2대가 1년 동안 발생시키는 것과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크루즈 선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같은 거리를 운행하는 500만대의 자동차가 야기하는 양과 같다는 결과발표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렇게 배출된 다양한 폐기물들 중, 음식물 쓰레기는 바다의 산소량을 감소시키고, 산성 성분을 증가시키며 해수의 영양불균형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로로 여행하기 힘든 해안도시와 맑은 바다를 위시한 해양생태보전 지역을 자주 운항하는 크루즈여행의 특성상 이러한 폐기물들이 국제사회와 환경단체에게는 더욱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예로 지난 2003 미국 LA 몬테레이만의 해양생물보전지구를 운항하던 크리스탈 크루즈의 하모니호가 3만5천톤의 하수를 방류한 사건으로 몬테레이만 항만청으로부터 영구운항 금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크리스탈 크루즈측은 육지로부터 12마일 떨어진 해상에서는 자유롭게 하수를 투척할 수 있도록 한 국제법 조항에 준하여 14마일 해상에서 하수를 방류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해양생물보전지구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괴심죄가 적용된 사례다(미국 대형 크루즈선사들의 텃세에 일본선사인 크리스탈 크루즈가 당한 경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렇듯 짧은 역사를 가진 크루즈산업이 이러한 애매한 법률 조항 덕에 맘 놓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음은 안타까운 현실. 한마디로 지금은 크루즈업계와 환경단체 및 정부가 국제법조항을 조율하는 과도기인 셈이다.
공기오염물질 배출에 관한한 미국이 먼저 손을 걷고 나섰다. 이미 5년 전 부시 행정부가 제안한 ‘높은 유황성분을 지닌 연료(벙커유) 사용의 육상 진입 200마일이내 금지’ 법안을 이번 오바마 행정부에서 정식 법률조항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 또한 미국과 캐나다를 운행하는 선박들의 벙커유 사용을 금지하는 완충거리 확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크루즈업계의 환경오염정책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제사회가 동조하여 확실한 국제법률조항을 만들어가야한다는 의견이 점점 더 효력을 얻고 있다.
FOE가 발표한 2014년 크루즈 선사들의
환경정책 성적표 이렇듯 크루즈산업의 환경오염을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영국 환경단체 FOE는 매년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 16곳을 대상으로 그들의 환경정책 순위를 공개해오고 있다. 총 4가지 항목들로 심사된다. 첫째, 하수처리를 정책으로 선내에서 발생한 하수를 바로 바다로 투척하지 않으며, 얼마나 최신식 시설로 해양수오염을 최소화하는지, 둘째, 공기오염 절감을 위해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벙커유를 사용하지 않고 지상과의 전력수급으로 그 만큼의 공기오염물질을 방출하지 않고 있는지. 셋째, 하수수질 법령을 준수하여 알래스카해를 운항하는 크루즈선들이 얼마만큼 하수를 정화하여 알래스카 환경보전에 기여하고 있는 지, 넷째, 환경경영의 투명성을 평가해서 FOE의 자료요구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응했는지를 심사하여 학점처럼 A+부터 F까지 점수를 준다. 항목들 중 알래스카해에 국한된 편향된 조항이 있지만, 현재 전세계를 운항하는 거의 대부분의 크루즈선사들의 환경정책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공신력있는 자료인 것만은 자명한 사실. 참고로 작년 2013년 발표에서는 디즈니(Disney)와 프린세스(Princess),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Holland America Line)사가 A, B 등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3위권을 유지한 바 있다. 2014년 발표된 자료에서도 역시 1위 디즈니, 2위 프린세스, 3위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이 차지하면서 환경친화적인 크루즈선사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2014년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이 하나있다. 작년 1위 디즈니사의 점수가 A였던 것에 반해, 올해는 C+다. 1위 선사의 점수가 낮아진 만큼 차트의 모든 점수가 대폭 하양조정된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CLIA(Cruise Line International Association, 국제크루즈선사협회)가 2014년 FOE의 환경정책 자료요청에 거부의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CLIA는 FOE의 결과가 편향되며, 독단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화가 단단히 났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 최하 점수 F를 받은 선사가 1곳이었던 것에 반면, 2012년은 3곳, 2013년과 2014년은 각각 4곳으로 늘어났으며 세계 크루즈시장은 2009년 세계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잠시 위기를 맞다 최근 아시아시장의 파급력으로 다시 한번 큰 기지개를 펴고 있는 형국이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으로 눈코 뜰 새 없을 마당에 환경단체들의 목소리가 여간 까다롭지 않을 수 없다.
환경보호와 지구 살리기에 전 인류가 동참해야 할 지금, 그 어떤 산업도 환경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같은 구간을 이동할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비행기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알려진 크루즈의 장점을 극대화시킨다면 크루즈산업은 미래 에코투어의 대표주자로 더욱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참고로 크루즈가 발생시키는 환경오염물질도 결국 탑승객들이 만들어내는 것. FOE는 크루즈 탑승객들에게 몇 가지 팁을 전한다. 캐빈을 비울 때 전기와 에어컨은 꼭 끄기, 1회용 물품 자제하기, 샤워와 싱크대 이용시 물 절약하기 등이다. 떠다니는 작은 도시라 불리는 크루즈인만큼 승객들의 환경의식이 고취되고 성숙할 때, 크루즈산업의 환경정책도 더욱 발전해갈 것이다.
글. 신승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