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6 (토)

  • 구름많음동두천 -0.9℃
  • 구름조금강릉 2.7℃
  • 서울 0.5℃
  • 맑음대전 0.4℃
  • 맑음대구 4.2℃
  • 맑음울산 3.6℃
  • 맑음광주 2.9℃
  • 맑음부산 6.2℃
  • 맑음고창 0.0℃
  • 흐림제주 8.1℃
  • 구름많음강화 0.4℃
  • 맑음보은 -0.8℃
  • 맑음금산 2.0℃
  • 맑음강진군 3.5℃
  • 맑음경주시 -0.2℃
  • 구름조금거제 3.7℃
기상청 제공

CSR

새 것을 담기 위해 버리면서 시작하는 한 해


 필름 시절 사진기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몇 컷 쓸 건데? 그랬다. 한 컷 한 컷이 돈이고 다 회사 경비인지라 당연한 일이었다. 꼭 필요한 컷에 한 두 컷 여유 컷만 찍어줬다. 지면 구성을 미리 해서 컷 수와 사이즈 등을 계획해 놓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었지만 후에 사진을 고르는 수고도 없어서 나름 편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사진들 관리하는 게 큰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전문가가 찍으면 개념이 있어서 적당히 고르고 분류해서 준다. 그러나 업체의 비전문가가 관련사진을 찍어서 주는 경우 몇 기가 혹은 수십 기가 씩 하는 파일 뭉텅이가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회한 노트북에게는 거의 폭탄 수준이다. 내려받는데 한 세월 그걸 일일히 분류하는데 또 한 세월. 조그만 노트북은 거의 마비가 되어 다른 일을 못할 지경이다. 게다가 고르고 골랐는데 정작 쓸만한 사진은 없는 완전 난감한 사태도 종종 벌어진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에만 열심히 충실할 뿐 ‘어떤 사진을’ ‘왜 찍는가’에 대한 사고가 결여되어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후배 에디터들에게 어려운 촬영이 아니면 스스로 직접 찍는 버릇을 들이라고 권하곤 한다. 자기가 직접 찍으면 편집될 그림을 미리 예측하고 기획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 특히 비전문가가 찍으면 불안해서 각도와 거리를 바꿔가며 많은 사진을 찍지만 정작 건질 사진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진을 고르는 시간보다 버리는 시간이 더 많이 들게 된다. 누군가의 얼굴들이 있는 사진 수백통을 휴지통으로 처 넣어 날려 버리는 일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불과 십 몇년 전만해도 사진 한 컷을 얼나마 소중하게 간직했었던가.

 비단 사진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다루는 문서 등 다양한 정보들도 디지털화 되어 가면서 그 정보들이 왜, 어떤 목적으로 필요한지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쌓아놓은 후 일정 시간이 되면 휴지통으로 버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새해를 맞아 책장에 있는 이런 저런 문서와 서류들을 정리했다. 필요한 것들을 추려서 주제별로 보관하고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는 데 반나절 정도가 소요됐다. 그런데 컴퓨터 안에 있는 정보들은 사정이 달랐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외에 두 개의 외장하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안에 있는 데이터들은 그 동안 정리가 안 된채 ‘쌓여만’ 온 것들이다. 이러다가는 정보만 모아 놓을 뿐 그 정도들을 가지고 활용하고 사고하는 기능 자체가 소멸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일단 버리는 것이다. 수년 동안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파일들이 태반인지라 필요없는 것들을 버리지 않으면 정리가 되지 않는다. 다행이도 컴퓨터에는 용량 무한대인 간편한 휴지통이 있다. 필요없는 파일들을 버리는데만 몇날 며칠이 소요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필요없는 파일들을 골라내 미련없이 버리며 새해를 맞는다. 더욱 새롭고 참신한 것들을 담기위한 마음가짐으로. 어쩐지 가뿐한 새해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글. 김지태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