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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개에게 언제 왜 개껌을 줄 것인가

 동네에 떠돌이 개가 있다. 낮에도 밤에도 종종 보는데 한 대여섯 번 마주쳤다. 겁 많은 나는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고 개도 나 따위 신경 안 쓰는 듯 스쳐 지나가곤 한다. 그래도 밤에 아무도 없는 길목에서 마주치면 무섭다. 이 개가 진도개 종이기 때문이다.

 진도개가 작은 강아지를 무섭게 공격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고 물려서 죽거나 크게 다쳤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다. 문제의 떠돌이 개도 사람에게는 덤비지 않는데 길고양이들을 습격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언젠가는 낮에 길고양이들이 있는 소나무숲에서 커다란 개소리와 함께 숲을 헤집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동의 주인공도 그 떠돌이 개로 추정된다.

 들개처럼 떠돌다가 병에 걸리거나 굶주림에 지치면 언젠가는 사람한테도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슬슬 걱정이 되는 것이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119나 구청에 민원신고를 하라고 한다. 그러면 포획해서 안락사를 시킬 텐데 내가 청부살해를 하는 것 같아 찝찝하기도 하고 옳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포획하다가 놓치게 되면 개는 더 공격적으로 돌변할 위험이 있다.

 포획을 할 수도 없고 마주치면 겁이 나긴 하고 그래서 생각한 게 커다란 개껌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혹시나 공격적으로 나올 때 개껌을 주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여기까지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나는 정작 그 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한번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개는 마음만 먹으면 나를 위협하거나 물 수도 있었는데 늘 본체만체하고 지나갔다.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왜 그런 생각을 못하고 겁부터 먹었을까. 위협하면 개껌을 던져주는 거 대신에 왜 내가 먼저 개껌을 건네 줄 생각을 못했을까.

 어떻게 보면 사회를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일 듯 싶다. 잘 알지 못하면서 겁부터 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반목도 상대를 알지 못하면서 위협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알지 못하면 두려운 존재가 되고 알려고 하는 노력도 없이 두려움만 키우면 증오의 대상이 된다.

 한해가 지나면 곧바로 다른 한해가 시작되듯이 또다시 2015년이 왔다. 새로운 한 해가 온다고 해서 경제사정이 나아지거나 살기 좋아진다는 전망은 없다. 단 모르는 것들,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2014년과 함께 보내버린다면 새해의 온기는 좀 더 상승할 수 있지 않을까. 모르는 떠돌이 개에게 먼저 개껌을 주기로 마음을 고쳐먹으면서 새로운 한 해에 한낱 희망을 걸어 본다.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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