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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과잉의 시대 순백의 양을 기리며

 엄밀히 말해서 음력 설인 2월 19일을 기점으로 을미년(乙未年) 양띠 해가 시작된다. 올해 양띠는 그냥 양띠가 아니라 청양띠라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띠를 나타내는 십이간지 동물 앞에 흑, 청, 백 등 색깔을 붙이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가고 있다. 그 근거는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십간마다 의미를 나타내는 색이 있다고 해서 그 색을 12지 앞에 붙이는 것인데 아마 그 원조는 백말띠가 아닐까 싶다.

 백말띠는 육십 갑자마다 돌아오는 것으로 경오년(庚午年)인 1930년과 1990년 등의 해를 말한다고 한다. 이 해에 태어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기가 드세고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도 있다. 백말띠를 구분하는 관습은 일본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병오년(丙午年)을 백말띠로 친다고 한다.

 일본 관습에 따르면 1906년과 1966년 등이 백말띠에 해당된다. 십간을 의미하는 색에 따라 분류하는 한국과 달리 오행설에 따라 불이 많다고 해서 백말띠로 분류한다고 한다. 혹은 옛날 일본에서 병오년에 태어난 한 여자가 정부(情夫)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분풀이로 한 마을을 다 불태워버렸다는 전설에 따라 백말띠 미신이 생겼다는 말도 있다.

 어쨌건 경오년이건 병오년이건 백말띠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팔자가 드세고 남편을 깔아 뭉갤수도 있는 사주라고 해서 그 앞 해의 뱀띠나 뒤 해인 양띠로 바꿔서 출생신고를 하는 해프닝도 과거엔 많이 있었다. 요즘은 백말띠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는 게 아니라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거나 오히려 기운이 넘치는 좋은 상징으로 여기는 추세다.

 그런데 백말이 잠잠해지자 흑룡띠, 청말띠, 청양띠 등 십이지의 다른 동물들에게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갑은 청색, 병은 적색, 무는 황색 등 10간의 색에 따른 분류라고 하는데 이 색의 분류도 전문가들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 듯하다. 이런 추세면 붉은돼지띠, 노란닭띠 등도 가능할 수 있겠다.

 그 해의 띠를 기리며 더욱 좋은 해가 되라는 의미에서 혹은 현실에서는 없는 특별한 동물임을 강조하기 위해 색이라는 상징을 덧붙이는 건 이해가 가는데 점점 의미 과잉이 되어 가는 것 같고 좀 번잡해지는 느낌이다. 좋은 재료로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놓은 후 재료에는 없는 뭔가 특별한 맛을 내기 위해 인공적인 조미료를 치는 느낌이랄까.

 양이면 양, 말이면 말, 용이면 용으로서 이미 충분한 의미와 개성이 있다. 현실에서는 없는 파란 양 보다는 우리가 아는 하얀 양이 더 예쁘고 의미가 깊지 않을까? 을미년 양띠 해에는 하얗고 순한 양들처럼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고 그 순한 기운으로 조금은 더 상식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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