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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기준은 과연 몇 명?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하는 노래 <Home Sweet Home>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곡이 처음 공개된 때는 1800년대 초 어느 오페라에서 였다고 하니 무려 200여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구전가요처럼 통상적으로 불려지다가 1939년 <오즈의 마법사>를 비롯한 영화들에서도 많이 사용됐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만화영화 <반딧불의 묘>에서도 이 곡이 사용됐다.

 요즘은 핸드폰 벨소리나 컬러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곡이기도 하고 자동차 주차 알림이나 고객센터 등에서 알림용 음악 등으로도 흔히 사용되곤 한다. 사랑스럽고 편안한 즐거운 나의 집을 예찬한 곡이니 누가 들어도 좋고 부담이 없어서 그러하리라.

 그런데 정작 이 노래의 가사를 쓴 존 하워드 페인(John Howard Payne)이라는 사람은 평생 가정을 꾸려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극작가였던 페인은 집도 없고 결혼도 안 한 채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니며 1800년대를 살았다. 이 노래 가사도 프랑스에서 땡전 한 푼 없이 지낼 때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를 보고 함부로 안됐다느니 불쌍하다느니 할 일은 아니다. 자발적으로 단독자의 인생을 자유롭게 선택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그가 예찬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좋고 편안한 집이었다. 그런데 편한한 집이 한국에서는 ‘즐거운 나의 집’으로 번안되어 불려졌고 ‘즐겁고 화목한 가정’으로 의미가 확장되어 사용되곤 한다.

 우리나라는 합법적으로 혼인신고 제도를 통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하나나 둘 낳아 키우는 집안을 ‘가정’이라고 칭하는 경향이 심하다. 하지만 아이가 없어도 당연히 가정이고 결혼신고를 하지 않고 두 사람이 함께 살아도 가정이다. 혼자 사는 사람도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인이 쓴 가사처럼 밖에서 지친 몸을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이면 'sweet home'일 뿐이지 거기에 꼭 배우자나 자녀가 있어야만 ‘즐거운’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혼자 사는 인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에는 25%를 넘었고 2015년에는 27%를 넘어서고 10년 후인 2015년에는 30%를 넘어서리라는 전망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을 ‘1인 가구’라고 부른다. 혼자 살더라도 가끔 친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반려동물과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다. 혹은 혼자 있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 수도 있다. 혼자 살면서 혼자 가정을 영위할 수도 있는 일인데 우리는 ‘1인 가정’이라는 말에는 인색한 편이다. 심지어 1인 가정은 각종 세금은 다 내면서도 전통적인 ‘가족’을 형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기도 하고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사회에 만연한 다수의 집단주의가 ‘우리들’이라는 이름으로 어언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1인가정들에게 폭력적으로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전통적인 가정만이 중요시되고 싱글들은 소외되는 명절 시즌이 지나고 있다. 명절에도 다양성이 존중된다면 앞으로는 혼자사는 가정들도 소외되지 않고 다들 즐겁고 화목한 명절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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