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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의 대가에 비해 너무 큰 비용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학생들은 외국학교와 같은 커리큘럼과 시스템에 따라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만나 본 학생들은 이런 시스템에도 만족하고 있었지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점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자기주도형 학습법이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한국 학교의 주입식 교육에 지쳐 있다가 편입한 경우가 많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하루 7시간이 넘는 수업을 받고 학원으로 이동해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하는 환경에서 자신감을 갖기는 커녕 자기가 왜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고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지경까지 갔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교육여건이 우수(?)하다는 대치동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공부한 한 학생은 5년 동안 버텼지만 도저히 그런 환경에 맞출 수 없겠다고 판단해 부모님에게 진지하게 말씀드리고 국제학교로의 편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현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국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역시 자기 진로와 인생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유도한 교육방식이 좋았다고 말한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방과후 수업’이 아닌 ‘방과후 활동’에 크게 만족감을 표했다. 한국 학교에 다닐 때는 형식적인 행사에 그쳤던 방과후 활동을 통해 봉사활동도 하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더욱 성숙한 인격체가 되는 느낌을 학생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였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토해양부가 공동 추진하는 국가 정책 프로젝트의 결과이다. 국토해양부가 주체가 된 것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가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세계 명문교육기관을 유치하여 국내에서도 세계 최고의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국외로 유출되는 유학 수요를 흡수하고 아시아권 유학생을 유치하여 외국인 거주비율을 높여 국제적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학비가 비싸다보니 제주도 시민들을 비롯해 일반 서민들은 자녀를 선뜻 취학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제주지역 언론으로부터 일부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기숙사 비용을 포함하면 국내에서 가장 비싼 사립대학교 학비의 배가 넘고 거의 외국대학 학비에 육박하니 그런 비판이 나올만도 하다. 이런 비판에 대해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서비스와 특히 자기주도형 학습과 자율적 판단,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에 대한 비용이기 때문에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동일한 교육서비스를 받는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경제적 여건만 되면 이런 환경에서 교육받고자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한다. 1등에서부터 300등까지 일렬로 등수를 매기는 교육 현실에서 많은 아이들이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한국의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공교육 뿐만아니라 사교육도 무너져가고 있다. 그리고 공교육을 망치는 주된 원인이 과도한 사교육에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들은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원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율성과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보장하는 게 한국 교육현실에서는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어느덧 우리 사회는 자율성의 대가로 감당하기 어려운 큰 비용을 치뤄야만 하게 된 것일까.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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