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 맑음동두천 15.0℃
  • 맑음강릉 23.0℃
  • 맑음서울 18.3℃
  • 맑음대전 16.2℃
  • 맑음대구 17.5℃
  • 맑음울산 16.3℃
  • 맑음광주 17.9℃
  • 맑음부산 17.0℃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8.0℃
  • 맑음강화 16.9℃
  • 맑음보은 14.0℃
  • 맑음금산 13.2℃
  • 구름많음강진군 16.5℃
  • 맑음경주시 15.8℃
  • 맑음거제 17.1℃
기상청 제공

CSR

리콴유 별세, 아시아적 가치는 그와 함께 갈 것인가



지난 3월 23일 리콴유(李光耀, 1923~2015) 싱가포르 전 총리가 타계했다. 향년 91세. 리콴유가 누구인가. 싱가포르를 오늘의 싱가포르로 만든 사람으로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으로부터 ‘시대가 만든 사람이 아니라 시대를 만든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은 인물이다. 키신저 뿐만아니라 그는 서방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경의를 표했던 드문 동양인이었다. 자원이라곤 거의 없다시피한 서울시만한 조그마한 항구도시를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들어 놓았으니 그런 찬사와 존경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리콴유의 통치철학은 엄격한 법치주의와 강력한 리더십 그리고 실용주의로 요약된다. 엄격한 법 집행과 처벌은 담배꽁초나 껌 하나 버려도 부과되는 벌금에서부터 고위층의 부정부패 척결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적용됐다. 그러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다. 리콴유는 서방의 한 저널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만나 본 미국 대통령 중 최악으로 지미 카터를 꼽았다. 사람들을 격려하고 자극해야 하는 리더가 고작 미국인들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는 연설이나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그는 늘 자신만만한 자세로 국민들을 이끌면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책을 수행했다.

 그가 추구한 실용주의는 한 마디로 미운 놈에게라도 배울 건 배우고 먹고 살기 위해선 싫은 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콴유 자신이 일본의 가혹한 식민통치를 혐오했으면서도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은 다 받아들였고 일본의 엄격한 법 집행도 본받아 그대로 시행했다. 국가의 이익이 된다면 말레이인 위주인 것을 알면서도 말레이시아 연방에 가입했고 인도네시아와 등거리 외교를 펼쳤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양국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연방에서 축출됐을 때는 서방국가들과 외교를 벌이다가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 군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실용주의는 그를 대표하는 통치철학이자 인생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자신의 뿌리가 중국인이면서도 중국민족의 전통이나 자부심에 관심도 없었고 민족주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중국계가 대부분인 싱가포르에서 소수인 말레이계와 인도계 등이 인종적, 종교적 차별을 받지 않고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 사회를 만들었고 그 결과 이런 통합정책은 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치부되곤 한다.

 고도의 경제성장과 철저한 법치주의 이면에는 강압통치와 30년 장기독재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그는 이런 비민주적 통치방식을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아시아적 가치’라고 했다. 거저 주어진 민주주의는 무의미하고 이상적인 공산주의는 모두를 못 살게 할 뿐이라는 리콴유의 확신에 따라 서구식 경제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어 성공을 거둔 싱가포르. 현재 싱가포르는 리콴유의 아들인 리센룽이 총리를 맡고 있다. 리콴유의 실용주의에 부응하듯, 싱가포르 국민들은 잘 먹고 잘 살게 해 준다면 권력 세습도 문제없다고 여기는 듯 한데 리콴유식 ‘아시아적 가치’를 위해 희생된 민주주의와 자율성의 가치는 어떻게 회복이 될 지 혹은 아예 회복할 가치도 없이 여전히 아시아적 가치 속에서 영멸해 버릴지 남의 나라 일이지만 사뭇 궁금해진다.

글. 김지태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