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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항구다


 산이 있고 꽃이 있는 목포가 지금의 항구가 된 것은 1897년 10월 1일부터였다. 일제시대 들어서면서 날로 번창하기 시작해 1930년대 초 무렵에는 8.6 km2 넓이에 무려 인구가 6만여명으로 불어나 한반도 전체에서 6대 도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김과 면화, 쌀, 소금의 최대 집산지여서 ‘일흑삼백(一黑三白)’의 항구로 불리기도 했다. 고 이난영 여사의 <목포의 눈물>과 <목포는 항구다>가 발표된 시기도 1930~40년대 목포가 항구로 전성기를 누릴 때였다.

 <목포의 눈물>이 발표된 1935년 목포 출신의 걸출한 가수 이난영과 함께 이 노래는 순신간에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목포는 항구로 날로 번창하지만 나라를 빼앗긴 설움이 노래에 배어 있어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일본어로도 취입되어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졌다고 하는데 당시 가사 중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대목이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삼백년 원안풍은 노적봉”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가사로 불렸던 일화도 있다.

 <목포의 눈물>에 이어 목포를 전국적으로 알린 노래 제2탄이 1942년 발표된 <목포는 항구다>이다. 이 노래의 대히트 이후 목포가 항구란 사실은 어린아이들도 알게 될 정도였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목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항구인 것이다. 그런데 목포가 항구이기 이전에 산과 들과 꽃으로 유명한 고장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목포는 항구다> 가사 중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유달산 잔디밭에 놀던 옛날도 동백꽃 쓸어안고 울던 옛날도 흘러간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유달산의 잔디밭과 동백꽃. 항구이기 이전부터 목포를 상징했던 이미지들이다. 유달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으로 그렇게 크지도 높지도 않은 산이다. 하지만 아기자기하고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이 어깨동무하듯 늘어서 있는 모습이 신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유달산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산 중턱부터 시작되는 울창한 나무 숲이다. 그 아래에는 너른 들판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목포 시가지와 바다를 굽어보게 되어 있다. 목포 앞바다와 목포 사람들이 유달산을 바라보고 살아왔듯이 유달산은 목포 전체와 목포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수천년 세월을 지내 온 것이다. <목포는 항구다> 노랫말에도 유달산에서 목포를 바라보는 시점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목포에서 오래 살아온 어느 분은 유달산에 올라가서 목포 시내랑 목포 앞바다를 굽어보지 않으면 목포를 봤다고 하지 말라고 말한다.

 KTX 호남선 개통으로 서울에서 목포까지 2시간 반이면 닿는다. 늦은 아침에 기차를 타도 점심 무렵 목포여객선터미널 근방 식당에서 세발낙지나 유명한 삼합을 먹고 목포항 구경도 하고 해지기 전까지 느긋하게 올라올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목포에 가서 세발낙지 먹고 목포항만 보면 뭔가 크게 아쉬운 감이 있다. 조금만 부지런 떨어서 유달산에 올라가 목포시내와 목포항 그리고 목포 앞바다를 굽어볼 일이다. 목포는 당연히 항구이지만 그보다 더 당연하게도 넉넉한 산과 자연을 품은 아름다운 고장이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재 목포항은 항구로서의 전성기가 지나서 부산, 인천, 울산 등 대항만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불공업단지, 영암국가공업단지, 삼호지방공업단지 등의 항만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진도, 홍도, 제주도 등 도서관광 여객선 출항으로 더 유명해져 있다. 앞으로 부두별 기능수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항구의 기능분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삼학도 복원화사업과 어선전용부두, 관광 및 여객을 위한 시설 등이 기능별로 정리되어 특화된다면 목포항은 지금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능별 특화사업과 함께 유달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미적 조화를 이루며 발전한다면 목포항은 11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항으로 거듭날 수도 있지 않을까.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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