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5 (화)

  • 흐림동두천 8.3℃
  • 흐림강릉 5.5℃
  • 흐림서울 8.8℃
  • 대전 5.6℃
  • 대구 7.0℃
  • 울산 7.5℃
  • 광주 6.9℃
  • 부산 8.5℃
  • 흐림고창 6.2℃
  • 제주 11.5℃
  • 흐림강화 8.9℃
  • 흐림보은 6.2℃
  • 흐림금산 5.8℃
  • 흐림강진군 7.9℃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3℃
기상청 제공

CSR

사소하고 갑싼 와이퍼의 소중함



 예전에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차를 몰고 서울 동작대교를 지나다가 와이퍼가 고장나는 사고를 당했다. 와이퍼가 고장나는 게 무슨 사고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비오는 날 와이퍼가 작동 안될 때의 그 공포감은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른다. 적어도 사고에 준하는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 비상등을 켜고 서행을 해도 시야가 흐려서 불안한데다 혹시 뒤 차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달리다 추돌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까지 더해져 손에 땀이 날 지경이었다. 다리를 건너 자동차정비소가 있는 곳까지 불과 수 킬로미터를 운전해 오는 길이 그렇게 멀게 느껴질 수 없었다.

 뽑은 지 얼마 안되는 새 차였다. 화가 나서 자동차 회사에 전화를 해 사정 설명을 했더니 “그럴 리가 없는데요” 하다가 재차 항의하자 “어쩌다 그럴 수 있지만 극소수 경우”라고 변명을 했다. 전화 통화한 후 더 불쾌해졌다. 리콜이나 보상금을 바래서가 아니라 적어도 자동차회사 직원이 달려와서 점검을 하고 사과를 했어야 옳은데 그저 극소수의 경미한 결함으로 여기고 넘어간 것이다. 만약 달리다 바퀴가 빠졌어도 그렇게 대응을 했을까?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이지만 그 사고 이후 그 회사에 불신감을 가지게 됐고 그 회사 자동차를 사지 않게 됐다. 안전의식에 대한 불감증이 불쾌했기 때문이다.

 와이퍼는 자동차를 비롯해 배, 기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에 공통적으로 장착되어 있는 장치이다. 정확한 명칭은 windshield wiper 혹은 windscreen wiper라고 불린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걸레나 행주 등 무엇인가를 닦는 것 혹은 닦는 사람을 말하는데 마땅한 표현이 없어서 그냥 일상적인 외래어로 쓰이고 있다.

 엔진이나 동력전달기관 등은 크기와 방식이 다 다르지만 와이퍼는 어느 교통수단에서나 대부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동작 방식도 단순해서 그저 앞유리의 비나 눈을 닦아내는 것이다. 엔진 등 중요한 부품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소모품이다. 이렇게 단순하고 값싼 부품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장치이다. 자동차의 경우 와이퍼가 쓰이게 된 것은 1916년 경이라고 한다. 그 전에 만들어진 차량은 아무리 최고급일지라도 비 오는 날 대책이 없었다. 그래서 앞유리의 밑 부분을 손으로 열 수 있게 만들었다. 운전 중 비가 내리면 앞유리를 열고 비를 맞으면서 시야확보를 했던 것인데 얼마나 불편했을 것인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와이퍼를 발명한 사람 덕분에 우리는 비가 오는 날에도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고마움을 모르고 와이퍼를 그저 값싼 소모품으로나 여겨 점검을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차를 사고 몇 년 동안 와이퍼를 한번도 갈지 않는 사람도 봤다. 와이퍼도 모터 장치와 연결된 기계장치라 언제든 고장이 날 수 있다. 잘 작동되는지 고무가 닳아 삐걱거리거나 헐거워지지는 않았는지 마른 날 평소에도 와이퍼를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얼마 안 있어 장마철이 닥친다. 사소한 부주의로 비오는 날 느닷없이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