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조도’라는 섬은 여기저기에 많이 있다. 부산에도 있고 남해에도 있고 속초에도 있고 제주도에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조도스러운 조도는 전남 진도에 딸린 조도라고 할 수 있다. 154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있어서 엄밀히 말하면 ‘조도군도’이다.
다른 조도들처럼 鳥島라고 쓰는데 한 마리 새가 아니라 ‘새떼’라는 의미다. 그 중 가장 큰 섬이 하조도이고 그 위에 상조도가 있다. 하조도와 상조도는 조도대교라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진도 팽목항에서 조도훼리호를 타고 30여분 들어가면 하조도 어류포항에 닿는다.
여느 여객선처럼 조도훼리호에도 자동차를 타고 탑승할 수 있다. 같은 조도이지만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는 조도와 그냥 걸어들어가는 조도는 사뭇 다르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조도의 명물인 도리산 전망대 뿐만아니라 섬 곳곳을 빠르고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반면 많은 것들들 놓칠 수 있고 섬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면이 있다.
걸어서 항구에 내리면 우선 바삐 승용차들을 빼내는 부산스러움 대신 한적한 풍경과 일렁이는 상쾌한 바람을 만날 수 있다. 마을버스 혹은 도보로 섬을 다니면 많은 곳을 볼 수는 없지만 조도의 역사를 간직한 땅을 밟으며 맑은 공기를 느리게 호흡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도리산 전망대에 오르는 길도 꽤 가파라서 힘이 들지만 길가에서 아름다운 야생화와 이름모를 풀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찔레꽃과 뱀딸기, 돌나물 등을 구경하며 천천히 도리산 전망대 정상에 오르면 셀 수 없이 많은 섬들이 늘어서 있는 장관을 만나게 된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있는 섬들도 또렷이 보인다. 다도해의 진정한 장관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자동차를 타고 들어간다면 조도대교를 건너서 조도군도에서 가장 높은 돈대산에 올라보는 것도 좋다. 272m에 불과하지만 도리산 전망대와 또 다른 풍취를 맛 볼 수 있다. 부지런을 떨면 읍구 해안에서 신전해수욕장을 지나 섬 중심지인 창리로 나가는 코스를 타 볼 수도 있다. 자동차를 잠시 버려두고 해안가에 있는 절벽길을 따라 걷노라면 언덕 위에 그림같은 하얀 등대가 있는 공원이 있다. 소품같은 등대이지만 일제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우리나라 등대 역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유적이기도 하다.
조도를 떠나 진도를 향해 가다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팽목항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봄 이후 팽목항은 세월호 사고의 상징처럼 됐지만 사실 사고는 사람들이 저지른 것이지 팽목항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한 때 조도훼리호도 운항을 중단했지만 지금은 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부주의하고 그릇된 사고방식의 사람들 때문에 오명을 뒤집어 쓴 팽목항이 다시 작지만 아름다운 남해의 대표적 항으로 거듭나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조도로 향하는 평화로운 뱃길을 열어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