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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왕의 나라에서 민폐 국가가 된 그리스

 요즘 그리스가 연일 국제뉴스의 핵심으로 보도되고 있다. 서양 문명의 뿌리가 있는 곳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관광지이기도 한 유서깊은 나라가 애석하게도 ‘국가부도’라는 치욕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국제 채권단이 권유한 긴축재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됐지만 긴축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자 사태는 더욱 심각하게 꼬이고 있다.

 머나 먼 유럽의 일이라고 그리스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는 없다. 그리스사태가 악화되면 유럽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되고 그 파장은 우리나라에도 직간접적으로 퍼질 수 있다. 그리스와 교역하고 있는 많은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지만 특히 국내 선박업계는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그리스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의 대 그리스 교역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라 치명적인 타격은 없다는 전망이지만, 수출의 86%를 차지하는 선박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 그리스로 수출되는 선박들은 세금 감면과 기타 편의를 위해 파나마 등 다른 국가에 등록을 하는 ‘편의치적’ 형식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그리스에 대한 수출감소는 덜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그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선박업계들에게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국민일보 7월 7일자 기사 참조)
 
  한때 그리스하면 ‘선박’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선박왕’으로 불리던 세기의 갑부 오나시스 때문이다. 오나시스는 터키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살다가 터키과 그리스의 분쟁으로 재산을 다 잃고 본국 그리스로 쫒겨왔다. 20대 젊은 시절에 해운업을 시작한 그는 싸게 사들인 배를 비싸게 파는 수법으로 종자돈을 모았고 얼마 안 있어 대형 유조선을 소유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인류의 비극인 제2차 세계대전은 그에겐 천운으로 작용했다. 전쟁 기간 중 대형 선박을 소유한 오나시스를 미국이 적극 비호했고 그는 전쟁 특수로 세계적 부호로 등극할 수 있었다.

 이후 오나시스의 일생은 신화 그 자체였다. 그리스 뿐만아니라 미국 뉴욕 등 전 세계 곳곳의 유조선을 사들이고 어마어마한 재산과 부동산을 소유하게 됐고, 그리스 국영항공회사를 인수하여 항공업까지 주무르는 거물이 되었다. 그러나 오나시스가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경영능력 보다는 화려한 여성편력 때문이었다. 특히 존 에프 케네디의 전 부인 재클린과와 재혼은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다지 원만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세계의 거부와 미국 대통령의 전부인이 최고급 아파트와 초호화 요트에서 벌이는 애정행각은 다른나라 사람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됐고 그리스 자체의 이미지를 여유롭고 낭만적인 나라로 보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오나시스 시절부터 빈부의 격차와 불균형적인 분배 문제가 오늘날 그리스사태를 야기했을지 모르겠지만, 한 때 세계 최고의 선박왕이 군림하던 나라가 초라하게도 선박을 수입하는 머나먼 동방의 나라에까지 민폐를 끼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지하에 있는 오나시스가 이 사실을 알면 한탄을 하겠지만 그 보다 더 통탄스럽게 이 사태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한국의 선박업계 관계자들이다. 부디 그리스사태가 더 악화일로로 치닫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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