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8 (목)

  • 맑음동두천 0.1℃
  • 맑음강릉 5.9℃
  • 구름많음서울 2.1℃
  • 박무대전 3.7℃
  • 맑음대구 7.0℃
  • 맑음울산 7.4℃
  • 연무광주 5.9℃
  • 맑음부산 9.1℃
  • 맑음고창 3.5℃
  • 흐림제주 10.7℃
  • 구름많음강화 0.3℃
  • 흐림보은 3.2℃
  • 구름많음금산 3.7℃
  • 맑음강진군 7.1℃
  • 맑음경주시 7.2℃
  • 맑음거제 9.1℃
기상청 제공

CSR

제2의 수에즈 운하와 '팍스 차이나'



 지난 8월 6일 제2 수에즈 운하가 개통식이 이집트 이스마일리아에서 있었다. 한국정부에서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특사로 파견해 “제2 수에즈 운하 개통을 통해 이집트가 세계 해상 운송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이집트 경제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는 대통령의 경축 메시지를 전달했다.

 제2 수에즈 운하 개통으로 운하 통과 시간이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단축되고 대기시간도 평균 8~11시간으로 줄어들어 상당한 해운물류비 절감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제2 수에즈 운하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그대로 이집트의 경제적 이익으로 돌아갈 지는 미지수다. 모든 운하들이 그렇듯 운하의 경영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과거 운하를 둘러싼 각축전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열강들의 리그였던 반면 이번 제2 수에즈 운하에는 중국이 가세했다는 점에서 그 양상이 더욱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착공을 시작해 1녀여 만에 개통한 제2 수에즈 운하 공사에는 약 84억 달러가 투입됐다고 한다. 한국 돈으로 약 9조원에 이르는 공사비는 이집트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거금이다.

 다른 돈 많은 나라들 특히 서구의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2013년 이집트 군부 쿠데타 이후 서구권은 이집트 정부와 차가워져 있는 상태였다. 특히 가장 큰 손인 미국은 이집트의 민주화 없이는 교류 정상화가 있을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었다. 공사는 시작했지만 공사비 마련에 절절매고 있는 이집트의 껄끄러운 상황을 중국이 절묘하게 비집고 들어갔다.

 지난해 말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400억 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경제벨트에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포함시킨다는 구상이다. 실크로드 경제벨트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남지나해, 말라카 해협,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를 연결하여 궁극적으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잇겠다는 방대한 프로젝트다. 수에즈운하가 이 구상에 포함되면 중국과 유럽이 원스톱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은 중국의 개입으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급히 이집트와 관계 정상화에 나섰고 끊겼던 군사원조도 재개했다고 한다. 유럽 다른 나라들도 급히 이집트와의 정상화를 서두르고 나섰다. 이집트로서는 중국의 도움으로 급한 불을 끈 셈이지만 향후 이집트를 둘러싼 국제 지형도는 미국에 중국까지 가세한 복잡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이 국제 지형도가 이집트의 경제발전과 수에즈 운하의 평화에 어떻게 작용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주목할 사실은 전통적으로 미국이 강세였던 해양 주도권 경쟁에 중국이 급격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약진을 미국 등 서구는 어떻게 견제할 지, 그리고 강대국들의 경쟁을 이용해서 주변 작은 국가들은 어떻게 실리적 이득을 챙길지 사뭇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하를 통한 국제경제 활성화와 만국의 평화다. 1859년 개통한 지 146년만에 제2의 역사를 시작한 수에즈 운하가 세계 해운의 역사를 다시 쓰면서 세계 평화의 역사도 함께 쓰기를 기대해 본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