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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항, 갈매기와 공생하는 개발이 되길

 부산을 대표하는 노래이자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응원가로도 잘 알려진 대중가요 ‘부산 갈매기’에는 “파도치는 부둣가에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남았는데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하는 구절이 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1982년에는 부산 갈매기에 이런 아련하고 낭만적인 이미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부산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를 넘어서 국내 최대의 문화관광도시로 자리잡으면서 부산갈매기들은 사시사철 해안으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쫓아다니며 새우깡을 얻어먹고 사는 처지로 전락했다. 해운대나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몰려드는 갈매기 사진을 찍기 위해 새우깡으로 유인하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새우깡 뿐만아니라 빵, 어묵 등 사람들이 먹는 간식을 받아먹은 갈매기들이 소화 계통에 문제가 생겨 고통을 겪는다고도 한다.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더라도 갈매기가 새우깡을 먹다니 그게 어디 가당한 일인가. 갈매기는 모름지기 푸른바다를 유영하며 멸치나 작은 생선을 잡아먹거나 적어도 활어위판장에 떨어진 잡어 정도는 먹고 살아야 한다. 적어도 그래야만 갈매기로서의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듯 품격을 유지하고 사는 갈매기들을 남해 미조항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미조는 섬 전체가 아름다워 ‘보물섬’이라고도 불리는 남해의 최남단에 위치한 미항이다. 흔히 ‘남해의 베니스’라 불리는데 직접 가 보면 그 말이 실감이 날 만큼 아름답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고기잡는 배들이 출항을 하고 활어위판장도 생기있게 돌아가는 현역 항구다. 큰 규모의 쌍끌이 어선이 입항할 때면 엄청난 무리의 갈매기떼들이 동행해 들어오다가 부두에  앉아 있던 다른 갈매기떼과  만나 한차례 군무를 펼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미조에서 고기잡이를 오래 한 현지 어민의 말에 따르면, 어선을 따라 나가는 탐사조가 있고 위판장 지붕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관망조가 있어서 긴밀하게 교신하면서 고기잡이 배의 동향을 파악하며 생존해 나가는 것 같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미조 갈매기들은 인간들과 지혜롭게 공존하면서 싱싱한 물고기들을 풍족하게 먹고 살아간다. 어민들도 갈매기들이 생선 얻어먹는 것 쯤은 그저 관대하게 여긴다.

 그렇게 폼나는 삶을 영위하던 미조 갈매기들이 부산 갈매기 신세가 될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남해군에서 미조항 일대를 본격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공사로 인해 항구에 인접한 바다가 메꿔지고 있기 때문이다. 줄어든 바다는 돌과 흙으로 다져져 근린공원과 주차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미조항은 더욱 깨끗하고 세련된 모습을 바뀌겠지만 갈매기들의 공간은 줄어들게 된다.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개발 붐이 미조항이라고 피해갈 수 없는 노릇일테고, 보다 세련된 모습으로 거듭난 미조항에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면 좋은 일이다. 단, 갈매기들의 생태도 함께 고려하는 개발이 되길 바랄 뿐이다. 미조 갈매기들이 늘 노닐던 자리에 새로 생긴 공원과 주차장에서 새우깡이나 구걸할 정도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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