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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한량아저씨 같던 마량포구의 추억

 1979년 대학가요제 출전곡에 '영랑과 강진'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김학래의 '내가'가 대상을 받았는데 이 노래도 금상인가 은상을 수상했던 것 같다. 아마 전남대 학생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순간부터 좋아했다. '영랑과 강진' 마치 수줍게 연애를 시작하는 선남선녀의 이름같지 않은가. 영랑 김윤식의 고향이 전남 강진이란 사실도 이 노래를 통해 처음 알았다.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자
그곳 모란이 활짝 핀 곳에
영랑이 살아서 숨쉬고 있네~


 참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이다. 그러나 노래가 발표된 후 불과 몇 개월 후에 광주에선 초유의 끔찍한 사태가 일어났으니 노래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어쨌건 이 노래를 들은 후, 나는 언젠가 강진에 가 보자는 생각을 했다. 왠지 나도 어설픈 시 한자락 지을 수 있을 거 같은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어언 30여년이 흐른 후 강진 땅을 처음으로 밟았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읍내는 마치 영화세트장처럼 터엉 비어 있었다. 강진이 바닷가 마을이란 걸 알려면 마량으로 가라는 택시기사 말을 듣고 남쪽 마량항으로 향했다. 먹어 본 중 가장 맛있었던 전어무침을 내 준 식당도 좋았고, 조그만 선술집을 운영하는 시인같은 사장님도 좋았고, 노래방에서 만난 한량끼있는 동네 아저씨들도 좋았다. 비록 시를 쓰지는 못했지만 처음 가 본 강진 마량은 첫눈에 반한 애인처럼 마음에 쏙 드는 사랑스런 고장이 됐다.

 마량항은 한국 서남부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로 완도 금일도, 고금도, 약산도 등 다도해를 오가는 여객선이 운항되고 있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바다와 해안선이 맞닿는 지형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그냥 바다 풍경을 즐기기에도 좋은 미항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초 태종 때부터 마두진이 설치됐다고 하며 임진왜란 시기에는 거북선이 상시 대기하던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철 따라 다양한 어종이 풍부하게 잡혀서 일찍이 1971년부터 국가 1종 어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미항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했던 마량항에 요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강진군에서 마량항의 관광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토요시장’을 개설한 것이다. 마량에서 나는 다양한 수산물들과 길거리 음식들을 파는 먹거리 시장들로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축제나 행사에 꼭 등장하는 노래마당도 빠지지 않는다.

 덕분에 마량항은 예년에 없었던 활기를 띠고 있고 주민들의 기대감도 크다고 한다. 대도시 특히 수도권지역의 소비층에 대한 의존도가 큰 지방경제 사정 상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또 관광활성화가 잘 되어 강진 지역의 경제에 도움이 되면 좋은 일이다. 그러면서도 한편 도시인의 이기심으로 예전 시골 한량아저씨같던 마량포구의 할랑한 분위기가 그립기도 하다. 이제 주말에 마량에 가면 사람들과 떠들썩하게 어울려 많은 음식들을 즐길 수는 있겠지만 ‘영랑과 강진’같은 시는 절대 못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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