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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의 대표적 문화벨트인 감천항"

 해운대, 광안대교, 갈매기, 남포동, 자갈치, 태종대, 롯데자이언츠. ‘부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그런데 부산을 잘 아는 사람들이 꼭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언덕과 비탈’이다. 바다와 항구도시이면서 부산은 고지대가 많은 곳이다. 그 대표적인 고지대 마을이 사하구 감천동 감천마을이다.

 감천마을은 구불구불 미로처럼 열리고 또 열리는 작은 길들이 모여 가가불이(街家不異)한 연출을 자아낸다. 작은 집들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를 달리하며 그림자놀이를 한다. 감천마을의 매력은 이렇게 바다와 태양 등 자연과 어울려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처럼 존재한다는 점이다.

 감천마을의 정식명칭은 감천동 문화마을로 통한다. 때로는 벽화마을, 레고마을, 동양의 산토리니 혹은 태극도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곳에 처음 터를 잡은 사람들이 태극교도들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는 천마산 중턱의 국유지였는데 한국전쟁 후 1955년 무렵부터 태극도 신자들이 하나 둘 정착하면서 일종의 신앙촌으로 마을이 형성됐다.

 감천마을이 부산시로 편입된 것은 부산이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승격된 1995년부터였다. 그러나 여전히 부산 외곽의 낙후된 마을이었던 감천마을이 변신을 시작한 것은 2009년 무렵부터였다. 부산의 예술가 그룹과 부산시가 환경정비와 콘텐츠 융합형 관광사업으로 ‘골목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감천마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후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주거환경개선 작업과 함께 저마다 개성있는 색과 문양으로 치장했고 골목과 집들 사이 사이에 카페와 공방 등 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현재와 같은 예술적인 집단촌 모습을 형성했다. 감천동 지역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한 집배원이 감천마을 전체를 조망하는 사진을 찍어 유포하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하나 둘 이어지면서 감천마을은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됐고, 집배원이 찍었던 감천마을 전경사진은 이제는 식상할 정도가 됐다. 관광객들의 뜸하던 몇 해 전 “예 뭐 볼기 있다고 와 사진들 찍노” 하던 동네 어르신들도 이제는 자발적으로 관광객들을 친절히 맞곤 한다고 한 카페 주인은 귀뜸을 한다.

 이렇게 감천마을이 독특한 문화관광지로 부상되자 감천항 등 사회기반시설들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감천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감천항을 보며 저 곳에서 배를 타면 어딜 갈 수 있을까 궁금해 하기도 하지만 일반인이 배를 탈 수는 없다. 산업부두로 이용되고 있는 감천항에는 여객터미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천항은 감천마을의 관광지화와 더불어 부산항만의 대표적인 관광지역으로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감천항을 관리하고 있는 부산항만공사에서는 지난 9월 1일 감천항 이용고객 가족들을 초청해 부산항을 체험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감천항 고객과 가족들이 부산항에 대해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라는 거인이 조그만 감천항에 러브레터를 보낸 셈인데 왜일까? 물론 부산항이 관리하는 주요한 사업소인데다 이런저런 저간의 사유도 있겠지만 감천항과 감천마을을 둘러싼 문화적 가치도 작용을 했을 듯 싶다.

 현대는 거대한 하드웨어의 건설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 아니다. 스토리와 아이콘을 가진 문화 콘텐츠가 기반시설을 보다 풍성하게 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각 항만이 추진하는 지속가능 경영에 친환경, 문화, 관광 키워드가 포함되는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와 발 맞춰 그 동안 부산 변두리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감천항이 감천마을과 함께 부산항의 대표적인 문화벨트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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