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5 (화)

  • 흐림동두천 8.3℃
  • 흐림강릉 5.5℃
  • 흐림서울 8.8℃
  • 대전 5.6℃
  • 대구 7.0℃
  • 울산 7.5℃
  • 광주 6.9℃
  • 부산 8.5℃
  • 흐림고창 6.2℃
  • 제주 11.5℃
  • 흐림강화 8.9℃
  • 흐림보은 6.2℃
  • 흐림금산 5.8℃
  • 흐림강진군 7.9℃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3℃
기상청 제공

CSR

칭다오맥주에 담긴 애달픈 중국 근대사의 향취


 요즘이야 칭다오(靑島)맥주를 어디서나 쉽게 마실 수 있다. 중국식당은 물론이고 마트, 편의점 등에 가면 얼마든지 칭다오맥주를 구입할 수 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칭다오맥주는 대부분 초록색 병 혹은 캔에 담긴 ‘일반적인’ 칭다오맥주다.

 그 ‘일반적인’ 칭다오맥주가 한국에서 먹을 때와 칭다오에서 먹을 때 맛이 다르다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중국 칭다오를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다. 똑 같은 맥주가 설마 나라에 따라 맛이 다를까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같은 호프와 효모를 사용하더라도 물이 다르면 맥주의 맛이 달라진다고 하니 일견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렇다면 칭다오의 물이 얼마나 좋기에 맥주의 맛이 달라질까. 칭다오를 잘 아는 사람들은 칭다오에 가 보면 안다고 한다. 칭다오는 과연 물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맑은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 깨끗한 천연 광천수가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칭다오맥주 맛에는 좋은 물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칭다오맥주 탄생의 배경이 된 중국의 근대사의 애달픈 향취도 섞여있지 않을까.

 칭다오는 불과 120여년 전만해도 지금같은 도시가 아니라 중국의 변방에 불과했던 곳으로 조용하고 작은 바닷가 마을이었다. 청나라 말기인 1897년 독일의 조계지가 되면서 군항으로 발전했고 군사적, 경제적 요충지가 되기 시작했다. 칭다오가 독일과 인연을 맺게 된 근원은 청일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청나라에 조선의 독립을 인정할 것과 랴오둥 반도, 타이완, 펑후 제도를 일본에 양도할 것 등을 요구하고 전쟁배상금과 통상특권 등 전리품을 챙겼다.

 일본을 경계한 러시아와 프랑스, 그리고 독일 세 나라가 청나라에 개입해 일본의 철수를 요구했다. 국사 시간에 곧잘 헷갈리곤 했던 바로 ‘삼국간섭’이다. 이 과정에서 독일이 칭다오에 조차지를 얻어 세력을 뻗히면서 칭다오는 중국의 작은 유럽처럼 변모하기 시작했다.

 각종 공장과 산업시설, 건물이 들어서고 철도가 놓였다. 그리고 독일의 우수한 기술과 칭다오의 깨끗한 물로 만든 맥주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칭다오맥주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격랑을 헤쳐 온 중국의 근대사 속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중국에서 먹는 칭다오맥주에서 뭔가 더 각별한 맛이 느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칭다오 잔교에 가면 청일전쟁 전 칭다오에 최초로 생긴 군함용 부두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지금보다 몇 배 더 물도 맑고 하늘도 맑았을 시절, 격동의 회오리로 빨려들어가기 전 칭다오의 옛 모습을 상상하며 칭다오맥주를 한 잔 하면 칭다오의 그윽한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