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시장 불황과 중국의 내수 부진 원인
- 글로벌 화물선 회사 9월에만 2번째 파산,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 엇갈려 일본 5위의 중견 화물선 업체인 ‘다이치추오(제일중앙기선, 第一中央汽船)’가 지난 29일 도쿄와 뉴욕에서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다이치추오는 120년 역사를 지닌 일본의 대표적인 해운업체로 석탄과 철광석 등의 운송 등에만 집중해온 벌크화물 전문 업체다.
이번 다이치추오의 파산은 2000년대 초반 중국 원자재 시장의 호황 당시 무리하게 사업 확장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야쿠시지 마사카즈 다이이치추오 현 사장은 2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운행 선박 수를 늘린 것이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실토했다. 참고로, 고이데 사부로 전 사장은 2008년에서 2011년 사이 무려 70척(162척에서 232척)의 선박을 추가 보유한 바 있다.
다이치추오는 지난 4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임대한 화물선에 대한 수지를 맞추고, 주문한 화물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데 지속적으로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그들은 “최근 몇 년 간 유럽의 재정문제와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로 인해 해운업 시장은 전례 없는 장기 불황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번 다이치추오의 파산보호신청이 시사 하는 바는 크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원자재 시장의 불황과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운송 수요의 급감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온 바 있기 때문이다. 실예로 지난 15일 영국의 건화물 운송 업체인 ‘글로벌해양투자(Global Maritime Investments)’에 이어 글로벌 화물선 회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9월에만 2번째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그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드류어리 마리타임 어드바이저스(Drewry Maritime Advisers)’의 크리쉬나 제이엔두 이사는 “건화물 시장의 둔화가 계속될 경우 파산보호신청에 나서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다.”고 예측했다. 현재 건화물 시장 규모는 약 6년래 최저 수준으로 축소됐으며, 철광석과 석탄을 운반하는 대형 화물선도 올해는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또한 “중국 경기 둔화는 생산설비 과잉과 수요 감소로 고전 중인 전 세계 해운회사들에 중대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클락슨 플라토 아시아(Clarkson Platou Asia)'의 마틴 로위 이사는 “건화물 시장이 어둡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하강 주기는 당초 생각보다 더 가까이 바닥에 도달해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스위스의 글렌코어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인해 전날 런던 증시에서 약 30% 폭락한 이후 아시아의 원자재주가 이날 증시에서 반등세를 나타낸 데 따른 희망적인 전망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지난 9월 29일 일본증시에 다이치추오의 파산신청이 발표되면서 기업의 최대 주주인 미쓰이 OSK라인스의 주가는 8% 넘게 하락했으며, 세계 3대 벌크선 운항선사인 ‘니폰유센’과 ‘가와사키 키센 카이샤’도 각각 7%, 5% 넘게 하락했다. 고베철강 또한 중국 판매 둔화로 연 순익 전망을 절반으로 축소한 탓에 11%가 넘는 주가가 폭락했다.
현재 다이치추오의 총 부채는 약 1769억 엔(약 1조746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는 10월 30일에는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야쿠시지 현 사장은 “다이이치추오가 다시 자립할 수 있게 되면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회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