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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고 안정적인 싱가포르 이면에 있는 단순노동자들의 현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쾌적하고 안전한 관광지로 꼽히는 나라다. 다양한 테마의 리조트와 호텔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비롯한 관광지와 세계최대 규모의 인공정원 가든스바이더베이 등 다양한 휴양, 레저 시설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어서 전세계로부터 사계절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금융 허브이자 대규모 항구를 낀 물류 중심지로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력도 싱가포르의 이미지에 큰 일조를 하고 있다. 마리나베이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레이저쇼를 더욱 환상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천루 야경들이 이러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부유하고, 안정적이고, 평화롭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풍부한 싱가포르’라는 신화가 만들어졌고, 전세계 각국에서 싱가포르를 소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단위나 연인들끼리의 휴양지로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가 싱가포르이다.

 그런데 부유하고 환상적인 싱가포르의 이면에는 독특한 노동시장 구조가 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인구의 7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중국계는 말레이계 여성과 결혼한 중국인들의 후손인 ‘페라나칸’을 말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뿌리인 중국에 대한 강한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싱가포르를 만든 고 리콴유 총리도 페라나칸 출신다.



 중국계 다음으로 많은 인구 구성은 14%를 차지하는 말레이계, 즉 싱가포르 원주민들이다. 그밖에 인도계가 9%, 그리고 나머지 3%는 아시아 각국에서 흘러 들어온 다양한 민족이 차지한다. 인도 타밀지역,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서 주로 들어온 이들은 싱가포르 노동시장의 하층 인력을 형성하고 있다.

 싱가포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건설현장에서는 물론 호텔, 리조트, 관광지 등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가정부로 싱가포르 가정 곳곳에서 가사노동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특징은 대부분 피부색이 검고 말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심히 리조트나 관광지를 돌아다니다보면 관광객들의 동선을 피해가며 조용히 청소를 하거나 잡일을 하는 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에는 이런 단순노동자들이 수만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아시아권 이주민이다. 그러니까 싱가포르는 힘들고 험한 일들을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인근 아시아권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노동시장 질서가 유연하다못해 일방적이고 강압적이라는 것이다. 기업에 취직할 때 꼼꼼하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국민들 인권도 잘 관리하는 싱가포르이지만 단순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사용주 중심의 편향이 심하다. 태국이나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국가에서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예고없이 말 한마디로 근로자를 해고시킬 수 있는 싱가포르의 노동시장을 보고 혀를 내두른다.

 아마 대부분의 아시아권 노동자들이 단순노동비자인 취업비자(Work Permit)로 입국해서 1년 혹은 2년만 일하고 귀국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유례없이 유연한 노동시장이 형성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70% 이상의 주류 싱가포르인들과 관광객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는 소수 이주민의 인권과 생활환경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윤택하고 잘 사는 나라로 꼽히는 싱가포르가 자본의 논리에 따른 계급질서가 더욱 강고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왠지 서글픈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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