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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에는 있던 고종황제의 어차, 실제로는 없었다



 한국 최초(사실상은 대한제국부터)의 자동차에 관한 자료를 찾을 일이 생겼다. 인터넷으로 서치를 해 보니 고종이 1903년 재위 40주년 기념으로 미국 포드사에서 포드 모델A라는 오픈카를 사들인 게 한국 역사상 최초로 수입한 자동차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거의 다 블로그 등에서 떠도는 글이라서 공식적인 근거가 없었다. 이미지들도 그 출처가 불분명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문의를 했더니 고종이 타던 자동차는 없고 순종이 타던 자동차만 두 대 전시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인터넷을 서치하니 2009년 하이서울페스티벌때 덕수궁에서 고종 관련 전시를 할 때 고종의 어차가 전시된 적이 있다고 어느 블로그에 사진까지 올려져 있었다.

 덕수궁에 전화를 해 전시담당자를 찾아 문의를 하니 아마 서울시 모처 박물관이나 고궁박물관일 것이라고 한다. 대행사를 통해 진행했으니 담당자가 정확한 루트를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문의를 했다. 메시지로 답변이 왔는데 그 유물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다고 했다. 고궁박물관에 다시 전화를 하니 자기들이 아는 바 고종의 어차는 없다고 했다.

 다시 인터넷을 꼼꼼히 서치해 보니 지난해 진해군항제 행사 때 함께 열린 세계클래식카 전시회 때 고종의 어차 포드A의 사진이 전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진해군항제 주최측에 전화를 해서 클래식카 전시회를 기획한 대행사 대표 전번을 따 전화를 했다.

 그 사진을 전시한 건 사실인데 그 사진의 출처가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기 때문에 협조를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전시회 준비할 때 담당 디자이너가 이미지를 어디선가 찾아서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고종이 직접 타던 그 차의 실물이 아니라 동종 모델의 이미지를 찾아서 사진으로 구성한 것이다. 당연히 저작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사진이다.

 다시 인터넷 서치를 하다가 천안박물관 어린이전시실에 임금님이 타시던 차라는 제목으로 고종의 어차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천안박물관에 전화해서 문의를 하니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모형일 뿐이고 이게 고종의 차인지 순종의 차인지 정확한 사실은 모른다고 했다.

 수 차례의 인터넷 서치와 전화를 해 본 결과 고종의 어차로 도입된 한국 최초로 자동차 포드A는 ‘없었다.’ 자동차 전문가 모 씨 혹은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 ‘그렇다더라’는 최초의 말이 있었겠지만 그 근원이 확실하지 않다. 더 중요하게는 구한말 왕실의 사료를 보존하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의 공식 결론도 ‘그와 관련된 사료는 없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들을 찾아다니며 결국 공염불을 하게 된 것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불확실한 정보가 너무 많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정보라도 조회수 혹은 클릭수라는 마술을 통하면 검증없이 ‘일반적인 정보’로 유통되는 게 현실이다. 정보 검색은 인터넷이 확실히 빠르지만, 확실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느리더라도 공식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루트를 이용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때론 시간을 더 절약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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