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3 (토)

  • 맑음동두천 -7.1℃
  • 맑음강릉 0.0℃
  • 맑음서울 -3.6℃
  • 맑음대전 -4.3℃
  • 맑음대구 1.0℃
  • 맑음울산 1.2℃
  • 맑음광주 -0.4℃
  • 맑음부산 2.0℃
  • 맑음고창 -5.0℃
  • 맑음제주 3.9℃
  • 맑음강화 -5.3℃
  • 맑음보은 -3.8℃
  • 맑음금산 -6.5℃
  • 맑음강진군 0.2℃
  • 맑음경주시 -4.4℃
  • 맑음거제 -0.6℃
기상청 제공

CSR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사랑의 연탄배달



 가을이 가고 쌀쌀해지는 이맘 때면 각종 매체 사회공헌 코너에 꼭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사랑의 연탄배달’이다. 연탄을 난방 및 취사연료로 사용하는 저소득층ㆍ취약계층 사람들에게 연탄을 기부하고 또 직접 배달을 해 준다는 좋은 취지의 행사이다.

 문제는 이 행사가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의례적 혹은 관례적으로 겨울철 사회공헌의 단골 아이템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체 혹은 기관의 대표자, 단체장 들과 지역 국회의원, 유지 등이 참여해 ‘훈훈한 온기를 나눈다’는 식의 멘트를 남기는 패턴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취약계층에게 연탄을 제공하는 기관 관계자 말에 따르면 연탄은 실물 혹은 현금이 아닌, 쿠폰으로 제공된다. 일정금액이 명시된 쿠폰인데 일부 사람들이 이 쿠폰으로 연탄을 구입하지 않고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깡’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금액을 낮은 단위로 잘라서 여러 장의 쿠폰으로 제공한다.

 연탄쿠폰을 제공받은 사람이 쿠폰의 금액만큼 연탄을 구입하면 연탄공급업자가 연탄공장으로부터 연탄을 공급받아 직접 집으로 배달을 해 준다. 그러니까 ‘사랑의 연탄배달’이라는 명목으로 줄을 서서 연탄을 나르는 행사는 엄밀히 말해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연탄공급업자를 위한 봉사활동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취재 차 모 지역의 연탄배달 현장을 방문했을 때 연탄을 구입해 쓰고 있는 독거노인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우리같은 사람에게 연탄을 사 주고 직접 날라주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인데 보일러가 고장나서 연탄을 제대로 땔 수 없느니 연탄보일러를 교체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연탄보일러 교체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연탄을 취급하는 해당 기관에서 따로 예산을 편성해 진행하는 사업이라 임의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느 한 가구만 교체를 해 주면 낙후된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다른 많은 사용자들이 모두 교체를 요구할테니 사업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연한 말이다. 전국의 연탄 사용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해당 기관에서 전체적인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런 경우 사회공헌활동을 하려는 기업 혹은 기관에서 관할지역에 있는 최소한의 대상들만을 선정해 연탄보일러 교체 행사를 추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연탄보일러 교체는 단지 한 예일 뿐이다. 연탄공급업자, 그리고 연탄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상당수 저소득, 취약계층에 속해 있다. 그들의 현실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근무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전반적인 근무환경 개선과 노동 지위 향상은 국가에서 계획적으로 진행할 사안이다. 그렇지만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여론화가 된다면 공적인 사업 진행에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훈훈한 온기’만을 되풀이하는 사회공헌 보다는 ‘창의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필요하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