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매각·300억 사재 출연 등 고강도 자구안 확정 발표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매각과 현정은 회장의 300억원 사재출연 등 고강도 추가 자구계획안을 지난 2일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현대상선이 해외 선사와 용선료 인하, 비협약채권 채무조정 등을 해결하면 상환 유예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현대상선을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지원을 위해 현정은 회장이 300억원 사재를 출연하기로 했다. 보유 자산 매각도 즉시 실시된다.
현대그룹측은 “지난 2013년 12월에 마련한 3조 3천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를 골자로 한 선제적 자구안을 발표한 후 2년여 만에 목표치 대부분을 이행했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해운업황 등으로 인해 기존 자구안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추가 자구안을 마련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추진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등 금융3사 매각으로 2,000억원, 벌크선사업부 1,000억원,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매각으로 1,000억원 등 총 4,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용선료도 인하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2010년 당시 배를 비싸게 빌려 연간 2조원을 용선료로 부담해왔다. 현대상선은 용선료를 20~30%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채권단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측은 "이번 추가 자구를 추진함에 있어 다수의 이해관계자간 채무조정 방안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수익성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이같은 고강도 유동성 확충 노력과 동시에 수익성 향상을 위한 체질 개선 노력도 병행 추진한다. 특히 수익성 저하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용선료에 대해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현대그룹 측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이번 자구안만으로 유동성 우려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채권은행 등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이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발표함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현대상선에 대한 추가 지원 검토에 들어갔다.
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은 이날 현대그룹의 자구안 발표 후 산업은행에서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고 현대상선의 용선료와 비협약채권 채무조정을 전제로 금리 인하와 출자전환 등 조건부 지원 방안을 검토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용선료 인하와 회사채 등 비협약 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조가 있어야만 현대상선의 정상화가 가능하다"며 "이들 채권자 그룹들의 손실 부담이나 채무조정에 대한 동참이 있다고 하면 금융기관도 형평성 있는 수준의 채무조정을 통해 회사 정상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채권단과 회사 측 모두 용선료 인하에 대해선 해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해운업 시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용선주들이 현재 빌려준 배를 다른 선사에 빌려주기 어려운 여건에서 손실 부담을 고려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해외 선사들이 용선료 인하에 성공하고 있는 사례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나 파산하게 되면 용선주들도 상당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면서 "용선주들도 충분히 협상에 응할 수 있는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협약 채권 문제도 선결 과제 중 하나다. 채권단은 채권단 협약에 포함되기 어려운 외국 금융사들에게 지원 금액이 먼저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비협약채권의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현대상선은 전체 차입금 4조7000억원 가운데 채권단의 채권액은 약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채권단은 두 조건이 충족되면 신규 지원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선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한다고 봤을 때 총 4,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따라 채권단은 오는 4월 도래하는 1,200억원의 회사채 만기부터 연장해 줄 방침이다. 채권 일부를 출자전환해주거나 만기 시 10%대로 대폭 올랐던 금리 이자율을 3%대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이자율를 낮춰줄 수 있다"며 "회사 측이 희망하고 있는 바와 같이 3% 수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