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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예선업, 항만 안전을 위한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국예선업협동조합 김일동 이사장 인터뷰

 선박의 접안· 이안 시에 밧줄을 연결하여 끌거나 또는 밀어서 원하는 위치로 이동을 돕는 배를 예선(曳船)이라 한다. 강력한 기관의 힘으로 거대한 선박을 움직이는 예선은 안전하고도 신속한 항만 작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예선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한국예선업협동조합(이하 ‘예선조합’)은 1981년 12월 한국예선협회로 출범한 뒤 2002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현재 예선조합은 부산과 인천 등 국내 7곳의 지부에 총 100여 개 예선업체가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예선조합 제 5대 이사장을 지낸 이후 4년 만에 다시 돌아와 조합을 이끌게 된 김일동 이사장에게 예선업의 현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 이사장은 우선, 40여년간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예선업 발전에 헌신하고 봉사하겠다는 평소 소신과 함께 여러 예선업계 대표들의 요청이 있어 이번에 다시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4년 전 재임 시 마련한 항만별 적정 예선 수급 계획과 조합원 공제사업 도입의 큰 틀이 발전되어 조합이 내실 있게 성장한 것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해운시장은 호황이지만 예선 수입은 줄어
 
 김 이사장은 해운시장이 사상 초유의 호황을 기록 중인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예선업은 그 혜택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예선업에 있어서는 물동량보다 선박 입・출항 횟수가 매우 중요한데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들은 오히려 줄어 시장 호황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항은 선박이 대형화한 데다 중국 환적화물 감소로 선박 입출항 횟수가 오히려 하락했다. 포스코 물량을 대부분 처리하는 포항항도 예선 지원 물동량이 크게 감소해 예선업체들의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경영 여건을 개선하고 항만 안전에 필수적인 예선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조합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예선사용료 조정 등 관계기관 등과 협의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김 이사장은 말했다. 


예선 수급 제도 정착과 공제사업 활성화

 과거 등록제 도입 이후 예선업체 신규 진입 증가와 경쟁 과열로 인한 불공정거래, 예선 서비스 품질 저하, 예선업체들의 경영난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고, 예선조합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급 계획을 초과하는 항만에는 예선 등록을 제한해 줄 것을 정부 측에 요청한 바 있다. 정부와 국회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해 2017년 10월 선박입출항법을 개정해 항만별 적정 예선 수급 계획을 도입했다. 예선 수급 제도 도입으로 과잉 공급이 해소되어 예선료 덤핑, 리베이트 등의 불공정행위도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공제사업과 관련해서는, 항만 내에서 선박의 입출항을 돕고 하역작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예선이 연근해 운항선박에 비해 사고율이 현저히 낮은데도 보험료는 다른 선박과 동등하게 부과되는 불합리한 점이 있었기에 이를 개선하고자 예선조합이 2017년 공제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절반 이상의 조합원이 조합 공제사업에 가입되어 있으며 자체 공제사업으로 공제료가 인하된 데다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돼 조합원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아울러 장학사업이나 대출자금 지원 같이 공제사업 수익금을 조합원사에 되돌려주는 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김 이사장은 밝혔다. 
 

공동배정제로 예선 공급 과잉 해소

 부산, 인천 등의 주요 항만에선 오래전부터 공동배정제가 정착됐다. 하지만 여수‧광양항 등의 항만에선 사용자인 선주와 대리점이 예선업체를 선택해 자유계약하는 단독배정제를 시행해왔고 과도한 경쟁과 예선사용료 덤핑, 리베이트 등의 여러 불공정행위도 함께 발생했다. 공동배정제로 전환하면서 이런 폐단이 사라지고, 공급 과잉도 해소되는 추세다. 특히 여수・광양항의 경우 공동배정제 전환 이후 사용자와 예선업체가 협력해 단계적으로 과도한 덤핑요율을 지양하고 문란한 시장 질서를 개선해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평택・당진항은 가스공사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같은 대형화주와 선사 예선업체 해운대리점 사이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아직까지 자유계약제가 유지되고 있다. 조합원들도 공동배정제로 전환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시행 시기, 배정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다시 취임하면서 정한 역점 사업 중 하나로 평택・당진항의 공동배정제 도입을 꼽았다. 

 대산항의 경우 그동안 단독배정제로 운영되다 보니 경쟁이 심해져 기준 요율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예선서비스를 지원해왔다. 3년마다 중앙예선운영협의회를 열어 예선료를 소폭 올린다 해도 선사들의 강한 압박에 못 이겨 조합원들은 어쩔 수 없이 최고 70%까지 할인된 가격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박입출항법 개정에 맞춰 2018년 3월부터 공동배정제가 도입되었다. 
 
 대산항 예선업체들은 공동배정제로 전환하면서 업체마다 천차만별이었던 예선료 체계를 일원화했다. 요율 체계를 조정하면서 일부 선사에 대해서는 기존 요율에 비해 인상되기도 하고 비싼 값을 내던 선사는 되레 인하 혜택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과거에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받던 일부 중소형 유조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커 반발을 하는 상황인데 현재 대산지부와 이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다. 예선조합은 선사와 예선업체가 서로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합의안을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선업은 공공 서비스, 항만 안전 기능 고려해야 
 
 일부 항만에서 대형 화주와 선사들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개 경쟁 입찰을 도입해 예선사업자를 선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 과정에서 대형 화주는 자신들의 영향을 받는 예선사를 설립해 입찰에 참여시켜 사업자로 선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형 화주가 편법적으로 예선업에 진출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선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개 입찰에 응할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한다. 

 김 이사장은 항만 안전에 큰 역할을 하는 예선업은 일종의 공공재라는 것을 강조했다. 대형 화주나 조선사업자 외항화물운송사업자는 예선업을 할 수 없도록 선박입출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합 차원에서는 공동배선추진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대형 화주 운송 선박까지 공동배정의 틀 안에서 예선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는 예선업이 갖는 항만 안전의 공공 기능을 충분히 고려해 공개 경쟁 입찰을 자제해 줄 것을 대형 화주들에게 부탁했다. 


친환경 선박 도입, 항만 안전관리 지침서 제작, 그리고 40주년 행사

 앞서 말한 예선 수급 계획의 정착 및 공제사업 확대와 아울러 친환경 예선 도입도 중요한 과제이다. 예선조합은 정부의 황산화물이나 탄소 배출규제에 적극 협력하여 유럽이나 미주, 일본 등 선진국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 친환경 예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 첫 LNG 예선인 5000마력 <송도>호가 지난 8월부터 인천항에서 예선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6900마력 규모의 하이브리드 예선도 내년 12월 건조돼 부산항에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비용이 문제인데, LNG 예선은 100억원 가까이 신조 비용이 든다고 한다. 같은 규모의 디젤 연료 예선에 비해 40억원이 더 들어간다. LNG 충전 시설이나 전기 충전 시설 같은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김 이사장은 또한 안전한 예선 서비스를 지원하고 중대재해특별법 시행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국내 항만 안전관리 지침서를 제작하는 것도 중요한 사업이라 보고 있다. 내년께 제작해 조합원사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올해 11월이면 예선조합 설립 4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와 조합 40년사 발간을 준비하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아직 진정되지 않아 부득이 행사 개최를 연기했다고 아쉬움을 전하며 내년에 열릴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축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선업이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을 지원하는 필수 공공서비스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적정 예선 수급 계획 제도를 도입했고 예선료도 3년마다 선사 대표, 예선업체 대표, 전문가들로 이뤄진 중앙예선운영협의회에서 물가상승률, 유류비 등의 인상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고 하며, 사용자인 선사와 화주의 이해와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했다. 아울러 정부에도 국가적인 친환경 정책에 부응하려는 예선업계의 노력을 감안해 친환경 예선 도입에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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