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해운업계의 ‘대형화 트렌드’는 비단 선박의 크기 혹은 인수합병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 글로벌 해운사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 하다.
전 세계 P&I Club 중에서도 상당한 규모를 가진 두 클럽, North of England P&I Club(이하 ‘North P&I’)과 Standard Club이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합병을 발표하고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합병 이후 명칭은 The North Standard P&I Club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클럽의 2021년 기준 가입 톤수는 각각 Standard Club 1억4900만톤, North P&I가 2억4800만톤(자사소유 선박과 용선선 합산) 정도이다.
P&I(Protection & Indemnity) 보험은 선박의 운항과 관련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에 대한 선주의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보험이다. 선박보험 영역 이외의 대부분의 사항을 커버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불확실한 위험을 담보하는데, ‘P&I Club’이라는 개념은 예로부터 선주들이 집단을 형성하여 공동자금을 형성하고 이러한 위험들을 상호 담보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Standard Club의 가입 톤수 중 우리나라 선박의 비중은 3% 정도이지만, North P&I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선박이 35%에 달하며, 특히 우리나라 선주들을 대상으로 최근 몇 년간 꽤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기 때문에 많은 국내 선주들이 클럽 합병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클럽은 국제 P&I 그룹(International Group of P&I Clubs)에 속해 있으며, 그룹의 P&I Club이 공동부담하는 ‘풀 클레임(Pool Claim)’이 상당하기 때문에 합병시의 클레임의 규모는 단순히 두 업체의 클레임 금액을 더한 규모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P&I Club이 선주들의 상호보험단체라면 굳이 이렇게 많은 클럽이 필요한가 하는 원론적인 물음도 있어 왔으나, 각 클럽마다 자금 운용 방침과 요율 책정 방식에 차이가 있고 타 P&I Club을 의식하여 가입선주에게 부과하는 서비스와 보험료의 수준을 조정하기도 하니, 클럽 간 견제의 혜택이 선주에게 돌아오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물론 합병으로 클럽 운영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은 장점이다. 이번 North P&I와 Standard Club의 합병이 다른 클럽의 경영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P&I Club 숫자의 감소가 해운사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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