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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해운업계, 계속되는 지정학적 갈등 속 특수… 수출 기업은 ‘울상’

△[사진=HMM]


국제적인 지정학적 갈등이 해운업계에 특수를 안겨주고 있다. 수에즈 운하 통항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파나마 운하 통항량도 회복이 더디면서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호황을 누리던 때 발주된 선박들이 속속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운임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16일 기준 2520.76으로 전주 대비 214.97포인트 올랐다. 이는 3 29(1730.98) 이후 5주 연속 상승세로, 2022 9 9(2562.12) 이후 처음으로 2500선을 돌파한 것이다.

 

SCFI는 지난해 12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한 이후 급등했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자 글로벌 해운사들은 유럽으로 향하는 지름길인 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로를 택하게 되었다. SCFI 2월 초 잠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충돌이 발생하며 수에즈 운하 봉쇄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반등했다.

 

한국형 컨테이너 운임지수(KCCI)도 상승세를 보였다. 20일 기준 3158로 지난주 2717보다 16.23% 오른 것이다. KCCI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2022년부터 자체 개발해 운영하는 컨테이너선 운임지수로, 부산항에서 출발해 북미, 유럽 등 권역별 대표 항만으로 향하는 13개 항로별 운임을 종합해 산출한다. KCCI는 모든 항로에서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동안(東岸) 운임은 464(8.3%) 상승했다. 이는 파나마 운하 통항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년 평균 하루 36척 수준이던 파나마 운하의 통항 규모는 역대급 가뭄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이후 하루 22~24척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달 우기에 접어들면서 통항량 회복이 기대됐지만, 예상보다 증가 폭이 적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선박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보다 규모가 작다파나마 운하가 어려우면 수에즈 운하를 지나 미국 동안으로 갔는데, 중동 사태로 이마저도 어려워져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운임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아시아-유럽 주요 항로에 114 TEU(1TEU 6m 길이 컨테이너 1) 규모의 선박이 인도됐음에도 불구하고,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운항 거리가 늘어나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3대 주요 해운동맹 선사의 25개 아시아-유럽 노선에 약 36척의 선박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했다.

 

해운사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A업체 관계자는중동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비용이 많이 늘었다. 운임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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