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소 잃은 농부가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농부의 마음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농부가 한 해의 농사를 망쳤다고 그 천직을 버릴 수 없고, 또 너무 오랫동안 한 가지 일에 매진해왔기에 다른 일을 찾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또한 무모한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속담처럼 우리 해양산업의 전반적인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위해 외양간을 고치는 작업을 “이제는 새롭게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금이 그때”라고 말하는 한 해운 기업인을 만나봤다.
태크마린 조경훈 사장(70). 그는 지금의 해운 위기를 극복할수 있는 "때는 지금이다"라고 말한다.
해운업이 전반적인 위기에 봉착한 지 2008년 이후 현재까지다. 장기적인 불황이 너무 오래 가다보니 해운업이 초토화된 상태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희망을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지금이 가장 적기라 생각하고 희망의 불꽃을 쏘아 올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경훈 사장은 “어떻게 수혈을 해 해운경기를 살려내야 할지 정부도 그 답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 해운기업과 정부와 금융권이 하나 돼 가장 최선의 선택으로 구조조정을 이끌어 장기 저금리 자금 지원으로 진정한 외양간을 고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업과 금융권이 새롭게 판을 짜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위기 탈출이 가능한 시점이라며 조선업은 친환경 고효율 선박으로의 새로운 신조선 선박을 내놓아 정확한 시장평가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시장이 움직여야 경기가 살아나고 경기가 살아나면 해운업은 다시 회생 가능한 희망적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그룹 안에 조선소와 해운사 ·선박회사와 관리회사가 연결된 구조다. 해운경기가 나빠지면 해운기업의 경기도 위축되고, 조선업의 수주가 없으면 조선소가 타격을 입게 되고, 조선소가 돌지 않으면 해운기업이 경쟁 선박의 확보가 어려운 연쇄 고리를 가지고 있는 상쇄적인 구조 방식이다. 여기에다 세계 경기의 장기 불황이 겹쳐 “해운업은 초토화된 상태”라며 34년을 해운업에 뛰어든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만큼 해운불황의 골이 깊어 기업 혼자 힘으론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해운 산업이 투자 위험이 큰 산업이 되면서 시중 은행이나 정책 금융으로부터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어 해운산업을 살리려면 많은 구조조정 상황을 인식·전환 등 사고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세계 경기 침체가 해운 경기의 침체로 이어지면서 해상 운임이 급격히 떨어졌고, 운임 하락과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외항해운업계의 해운매출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또한 이들 두 업체가 세계적인 선사들과 경쟁하기엔 규모도 작고, 경영 기법도 부족해 해외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다. 정부에서 이들 업체간 M&A를 권유하고 있지만 그 또한 수익적인 면에서 얼마만큼의 시너지 효과가 날지에 의문이다.
조경훈 사장은 “우리나라 대형 외항해운업체들은 매년 2조원 넘는 적자를 내는 실정이다”며 “정부의 1조 4천억 선박 펀드 조성은 현재 해운업의 규모에 비해 큰 금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해운업은 불황이 길어져 이제는 자생적 회생이 어려운 가운데 시장 위주로 작동하던 시스템이 이제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조정해야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조경훈 사장은 “프랑스의 CMACGM도 M&A를 통해 초대형 운송업체로 자구책을 마련했고, 중국도 대형 선사들의 합병으로 컨테이너 분야에서 세계 3위까지 위상을 끌어올렸다”며 “우리나라 해운업계도 하루라도 빨리 구조조정을 통해서 옥석을 가려 해운 경기를 일으켜야 하는 시점이 지금”이라고 역설했다.
또 “1조4천억 선박 펀드 조성은 중소형조선소에서 나오는 선박을 새롭게 신규 투자할 수 있는 해운업자를 매칭시켜 조금씩 해운업체를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기업 이념으로 삼고 있는 태크마린은 선박급유 업무를 시작으로 연안해상 운송과 해운중개업을 겸하고 있는 중견 해운 기업이다.
현재 3척의 시멘트 용적선을 보유하고 있고, 한라라파즈社의 또 다른 신규 발주로 올 7월에 한 척이 추가되면 명실공히 시멘트 용선 업체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가는 셈이다.
조경훈 사장은 UN의 연령 구분에서 보면 아직 장년이다. 그만큼 청년의 사고와 30여년의 해운인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실한 실적과 해운업의 희망의 닻을 올리기 위해 오늘도 현장의 일선에서 발로 뛰는 역동하는 기업인이다. 또 기독 실업인으로서 항상 미소와 배려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는 보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선물하는 해운업의 산증인이다.
지난 1일 새해 첫 날에도 선상에서 선원과 함께 하루를 보낸 그는 선원들의 복지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끝으로 “겨울이 왔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우리 해운업계도 속히 봄이 찾아오길 누구보다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