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북극항로 첫 시범운항 초읽기…부산서 22일 출항 목표
△부산항 전경. [사진=부산항만공사] 정부가추진하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이달 말 첫 출항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선박 확보와 운항일정 수립, 화물 집화 등이 구체화되면서 북극항로의 실제 운항 가능성과 상업성을 검증하기 위한 첫 시험대가마련되는 모습이다. 다만 러시아 북부 연안을 따라 운항하는 북동항로(NorthernSea Route·NSR)의 특성상 대러시아 제재와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실제 출항까지 풀어야 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3일 정부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북극항로 시범운항 사업자로 선정된 팬스타라인닷컴은 오는 22일 부산항 출항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시범운항은부산항을 출발해 러시아 측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사업이다. 부산에서로테르담까지 이동한 뒤 독일 함부르크와 폴란드 그단스크 등에 기항하고 부산으로 복귀하는 일정이 검토되고 있으며,전체 왕복 운항에는 약 40~45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범운항에는 2700TEU급 컨테이너선이 투입될 예정이다.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의미한다.정부와 업계는 선박 확보를 비롯해 운항 일정과 화물 집화, 선박금융 등 실제 운항에 필요한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화물 확보작업도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수요조사 등을 토대로 약 1300TEU 규모의 화물을 확보한 가운데 추가 화물 집화를 추진하고 있다. 팬스타측도 화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운항 계획과 북극항로를 이용한 유럽향 물류 서비스 등을 소개했다. 이번 시범운항은단순히 부산과 유럽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북극항로의 실제 운항 여건과 경제성, 안전성 등을 검증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실제 항해 과정에서 운항시간과 연료 소비, 항행지원비용, 보험료 등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극항로 사업성을 판단하는 기초자료로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항로는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기존 수에즈운하 경유 항로와 비교해 운항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해운·물류업계의관심을 받아왔다. 부산~로테르담 구간의 경우 북극항로를 이용하면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보다 운송 거리를 약 8000㎞, 최대 36%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운항거리단축은 연료 소비와 운항일수 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항해거리가 짧아진다는 이유만으로북극항로의 경제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북극해는계절별 해빙 상태에 따라 운항 가능 기간과 항로 여건이 크게 달라지고 극지 운항에 적합한 선박과 운항 인력도 필요하다. 여기에 일반 항로보다 높은 수준의 보험료와 항행지원 비용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컨테이너정기선 서비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운항 정시성과 충분한 화물 확보가 중요하다. 부산에서 유럽으로 향하는화물뿐 아니라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아오는 복항화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도 실제 상업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이에 따라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확보되는 실제 운항시간과 비용, 화물 수요 등의 데이터가 향후 북극항로 사업성을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운항역시 중요한 검증 대상이다. 북극해에서는 일반 해역과 다른 기상과 해빙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극지운항 경험과 관련 교육을 갖춘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정부와 선사 역시 실제 항해 과정에서 발생할 수있는 극지 운항 리스크에 대비해 운항 인력과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범운항을둘러싼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 관련 제재 문제다. 이번 운항에활용되는 북동항로는 러시아 북부 연안을 따라 형성돼 있어 실제 항해 과정에서 러시아 측과의 협조가 필요한 구조다.선박이 해당 해역을 통항하는 과정에서 항로와 기상·해빙 정보 등 각종 항행 관련 서비스를이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비용 지급과 행정 절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유럽 등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선사는 이 같은 거래가 기존 제재 체계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특히 거래 상대방의 제재 대상 여부와 결제 방식 등을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도외교부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관련국과 협의를 진행하며 제재 관련 위험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오는 22일 출항 일정 역시 관련 협의와 운항 준비 상황 등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항로의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배경에는 기존 해상 공급망의 불확실성도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수년간 홍해와중동 등 주요 해상교통로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반복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특정 항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커지고 있다. 다만 북극항로가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아시아~유럽 항로와 단기간에 경쟁할 수 있는 정기항로로 발전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 글로벌컨테이너 정기선 네트워크는 연중 운항과 높은 정시성, 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운영되고 있다. 반면 북극항로는 계절에 따른 운항 제약과 해빙 상황,극지 운항 비용 등 해결해야 할 변수가 많다. 따라서북극항로는 당장 기존 수에즈항로를 대체하기보다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보완적 운송루트로서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특히 부산항이향후 동북아 지역에서 북극항로와 연결되는 물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도 주목된다. 한국뿐 아니라일본 등 주변국 화물을 부산항에서 집화해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운송하는 물류 구조가 형성될 경우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이러한 구상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동량 확보와 운항 안정성, 가격 경쟁력 등이전제돼야 한다. 결국 정기적인 화물 수요와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거리 단축이라는 장점만으로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구축하기는 어렵다는 게 해운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번 시범운항의의미도 북극항로의 상업화를 전제로 하기보다는 실제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고 사업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있다는 평가다. 2700TEU급 컨테이너선이 예정대로 부산항을 출항할 경우 국내 선사가 실제 북극항로 운항 과정에서 확보하는 운항시간과 비용, 연료 소비, 안전운항 경험, 화물수요 등의 데이터는 향후 정부와 해운업계의 북극항로 전략을 구체화하는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대러 제재문제를 비롯한 지정학적 변수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 시범운항이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그리고 거리단축이라는 북극항로의 장점이 실제 해운시장에서 경제성과 물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운항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