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VLCC 발주 역대 최대…2028년 이후 수급 불균형 우려
△한화오션이 건조한 원유운반선. [사진=한화] 올해 상반기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신조 발주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원유 해상운송 시장의 중장기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과 반기 만에 기존 연간 최고 발주 기록을 뛰어넘는 계약이 체결되면서, 2028년 이후 대규모 선박 인도가 예정된 가운데 시장의 공급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계와글로벌 해사 전문매체 시트레이드 마리타임(Seatrade Maritime)이 인용한 해운시장 분석기관 MSI(Maritime Strategies International)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VLCC 신조 발주량은 177척, 총 5,450만DWT(재화중량톤수)를기록했다. 이는 종전 연간 최대 기록이었던 2006년 3,260만DWT를 상반기 만에 넘어선 규모다. 이번 대규모발주로 VLCC 시장의 오더북(수주잔량)도 빠르게 확대됐다. 기존 운항 선대 대비 인도 예정 선박 비율은 2023년 약 2%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해 상반기 발주가 집중되면서약 35%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최근 높은 유조선 운임과 노후 선대 교체 수요, 선주들의 중장기 선복 확보 전략 등이 맞물리면서 예상보다많은 신규 발주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신조선이 동일한 시기에 시장에 투입될 경우 향후 수급 균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SI는 올해 상반기 계약된 VLCC의 약83%가 2028년과 2029년에 집중적으로인도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신규 계약으로 인해 2028년인도 예정 물량은 당초 예상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MSI의 쉬지알린(Shi Jialin)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 계약 물량으로 인해 2028년 예정된 인도규모가 기존 계획보다 크게 확대됐다"며 "향후 VLCC 시장의 수급 균형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분석했다. 조선·해운브로커 BRS 역시 현재 오더북 기준 VLCC 인도 예정척수가 2027년 60척에서 2028년 127척으로 급증하고,2029년 이후에도 125척이 예정돼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실제 인도 규모는 계약 취소와 인도 연기, 리세일(resale) 등에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원유 해상물동량 증가와 노후선 해체 속도가 신조선 공급 증가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경우 2028년이후 시장의 공급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원유 교역량증가와 노후선 조기 퇴출 등이 이어질 경우 공급 증가 영향을 일부 상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 VLCC 발주 확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 조선업계다. MSI에따르면 올해 상반기 체결된 VLCC 신조 계약의 약 89%가중국 조선소에서 수주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조선소들의 대규모 건조 능력과 적극적인 수주 전략을 바탕으로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했다. 조선소별로는헝리중공업(Hengli Heavy Industries)이 중국 내 상반기 VLCC 수주 물량의 약 55%를 확보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장쑤 신한통(Jiangsu New Hantong)이 약 14%, 다롄조선소(DSIC)가 약11%를 기록했다. 상위 대형 VLCC 프로젝트대부분이 중국 조선소로 향하면서 중국 조선업계의 시장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선주별발주에서는 그리스 선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BR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VLCC 발주의 약 절반은 서방 선주들이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그리스선주들의 비중이 가장 컸다. 아시아 선주의 발주 비중은 약 25% 수준으로집계됐다. 현재 확보된인도 예정 물량 기준으로도 그리스 선주들은 72척을 발주해 47척을확보한 중국 선주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수년간 그리스 선주들이 노후 VLCC를 매각하는 동시에 신조선을 적극 확보하며 선대 교체를 추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BRS는 향후 그리스 선주들이 VLCC 선대 규모에서도 중국을 앞지를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변수도존재한다. BRS는 그리스계 VLCC 발주 물량 가운데 약 3분의 1이 VLCC 소유이력이 거의 없거나 전무한 회사들에 의해 계약된 점에 주목했다. 시장 상황이 변할 경우 일부 계약은선박 인도 이전 제3자에게 매각되는 리세일 물량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VLCC 발주 확대는 조선업계에는 안정적인 일감 확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지만, 해운시장에서는 중장기 수급 구조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평가된다. 특히 2028년 이후 예정된 대규모 신조선 인도 시기에는 원유 해상물동량 증가, 노후선해체 규모, OPEC+의 생산정책, 국제 정세에 따른 원유교역 변화, 신조선 인도 일정 등이 시장 흐름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향후 원유 수송 수요가 신조선 공급 증가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지가 VLCC 운임의 방향성을 좌우할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신조선 공급이 예정대로 시장에 유입될 경우 수급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원유 교역량 증가와 노후선 퇴출이 병행될 경우 공급 증가 효과는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이번 사상최대 규모의 VLCC 발주는 글로벌 조선업계에는 풍부한 일감을 제공하는 한편, 해운시장에는 2028년 이후 수급 균형과 운임 흐름을 가늠할 핵심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신조선 인도 속도와 원유 해상물동량 변화, 노후선 해체 추이 등을 면밀히 지켜보며 중장기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