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좋은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서 활용해야 사회도 국가도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인재를 잘 쓰면 나라가 흥하고 잘못 쓰면 쇠퇴한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다. 국가의 지도자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런 말이 입에 오르내리고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을 보면 실행이 어떤 이유로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발부터 이런 인선 문제로 꼬이고 있다. 정부부처 장관 등 인사 청문 대상이 되는 주요 공직 후보자 인선을 놓고 참 말도 많다. 후보자로 추천된 인물은 하나같이 하자 투성이다. 위장 전입에다 논문 표절, 다운계약서 작성, 자녀 이중국적, 탈세, 음주운전, 병역 비리라는 꼬리표가 국회 청문회장에서 줄줄이 달려 나왔다. 정권 교체기만 되면 우리 국민 모두가 눈살을 찌푸리며 들어야 했던 말들이다. 이제는 그만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 있는 단어들이다. 이번에는 ‘혹시나’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우리는 어떤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국민적 찬사와 부러움을 살만한 인물에게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부른다. ‘국민 타자’ 이승엽, ‘국민 MC’ 유재석, ‘국민 여동생’ 김연아, ‘국민 배우’ 최불암과 같이 주로 운동선수와 연예인에게 붙여지는 애칭이다. 누구나 좋아할 수 있고 특정인이 아닌 국민의 삶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을 주는 대상에게 ‘국민’을 붙여 부르기를 좋아한다. 이런 말의 바탕에는 대중적 공감이 깔려 있다. 일종의 친근감의 표시이자 각박한 삶속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싶은 마음의 표출이기도 하다. 치킨은 국민 모두가 즐기는 간식이다. 그래서 ‘국민 간식’이라 부른다. 서민의 삶속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저비용 고만족’이어서 더할 나이 없는 먹을거리다. 배달 음식의 대명사처럼 돼 있어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치킨이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 때부터로 보면 된다. 물론 이전에 미국의 KFC가 1984년 국내에 들어온 뒤 ‘치킨’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본격 통용되기 시작했고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스포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한 달을 맞았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행보를 두고 이렇다 저렇다 전체를 평가하기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건으로 조기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여서 정권인수 기간 없이 청와대 비서진만을 우선 꾸린 채 국정의 첫 발을 내디뎠으니 더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 또한 역대 대통령처럼 예외 없이 여전히 ‘우려 반 기대 반’ 속에서 출발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직후 몇 달간은 요란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차츰 초심을 잃어가면서 실망을 안겨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국민들 마음은 아직은 혹시나 하는 우려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섣불리 호불호(好不好)를 보이기보다는 관찰기간을 충분히 가진 뒤 평가는 그 다음에 하겠다는 뜻이다. 임기 초기에 기대감을 가졌다가 실망과 함께 자책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어찌됐던 출범과 함께 보인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역대 대통령과는 사뭇 달랐다. 그의 말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로 국정을 경험하고 한 번의 대선 낙선을 통해 터득한 대통령의 바른 자세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듯 한 행보였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중국말 가운데 ‘지아요우(加油)’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힘내라는 뜻의 ‘화이팅’을 중국말로 표현한 것이다. 격려나 응원할 때 많이 쓴다. 말 그대로 불씨가 막 살아나고 있는데 기름을 끼얹는다면 불꽃이 엄청나게 일어날 것이다. 한자를 아는 사람이면 글자를 보고도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니 참으로 적절한 단어 같다. 힘을 더 내거나 가일층 노력을 하라는 좋은 의미가 담겨 있다. ‘불난 집에 부채질’처럼 막 시작단계에 있는 어떤 사건이 또 다른 관련 변수로 인해 급전직하(急轉直下)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때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새 정부가 막 들어서자마자 검찰 개혁이 최우선 현안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기 20일 전에 터진 ‘돈봉투 만찬’ 사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내세운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가 검찰 개혁 아닌가. 그런데 검찰과 법무부 간부들이 술을 곁들인 이상한(?) 만찬을 갖고 돈봉투를 주고 받았으니 불씨를 갖고 스스로 기름통에 뛰어든 꼴이다. 그야말로 ‘가유(加油)’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자리에 검찰과 인연이 전무한 인물을 기용했다. 검찰개혁의 드라이브를 제대로 걸
시련의 끝자락에는 늘 시작이 기다린다.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큰 국가적 격랑을 겪어야 했다. 탄핵 정국이 바로 그것이다. 불통과 측근의 국정농단으로 일관된 박근혜 정권이 거대한 촛불 민심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 국가적 시련의 끝자락이다. 그래서 우리는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시작점이자 희망을 다시 갖게 됐다. 시련이 컸던 만큼 국민적 기대도 큰 것이 사실이다. 새 대통령은 희망을 잃지 않은 대가가 아닌가 한다. 우리는 그동안 참으로 대통령 복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우스갯소리로 ‘복 없다’는 말을 할 사안은 결코 아니지만 기대에서 실망으로 끝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이런 말이 나온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 만큼 막중하다보니 ‘복 타령’을 하고도 남는다. 자칫 한 사람으로 인해 5천만 전 국민이 그것도 5년간이나 생고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모두 하나같이 말로가 좋지 않았으니 ‘대통령 복’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혹시나 해보지만 ‘역시나’로 끝나기가 일쑤였으니 하는 말이다. ‘대통령 신드롬’을 운운해야
그렇게 서두르더니 결국 일이 터졌다. 북핵 위협에 대비한다며 도입한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2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10억달러에 이르는 사드 배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을 느닷없이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틀 새 두 번이나 똑같은 말을 한 것을 보면 결코 헛말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사드 청구서’다, 그것도 1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우리 모두는 사드와 관련해 한국은 부지만 제공하고 사드 배치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적으로 미국이 책임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양국간 합의사항이라고 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정부가 좀 서두른다 싶었지만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고 ‘공짜(?)’라는 말에 그냥 모른 척 하자는 것이 국민들 대부분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거액의 청구서가 날라든 것이다. 왠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와 미국 중 누굴 원망해야 할지도 판단 불능이다. 서두르다 일을 만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드 문제
‘5월 9일’은 향후 5년간 우리나라의 운명을 가름할 매우 중요한 선거가 있는 날이다. 바로 제19대 대통령 선거다. 보통은 추운 겨울 초입에 치러졌던지라 온갖 꽃들이 지천에 피고 신록이 막 시작되는 ‘계절의 여왕’ 5월의 대선(大選)이 왠지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다. 전임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무려 18가지의 혐의를 받고 영어(囹圄)의 몸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대선일이 5월이 됐다. 그래서 ‘장미대선’이라고 한다. 장미가 한창 필 시기에 치러지다보니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화창한 봄 날씨 속에서 새 대통령을 뽑는 만큼 무엇보다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촛불 민심으로 탄핵하고 그 후임자를 뽑는데 마음이 편할 리 만무하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보니 그야말로 구중궁궐(?)에서 세상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바깥일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긴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오히려 비선(秘線)을 즐겼다. ‘비선실세’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비선 인물이다. 국정농단을 주도한 인물 아닌가. 탄핵과 파면
전 국민에게 충격적인 안타까움과 슬픔을 안겨줬던 세월호가 침몰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것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흐른 긴 세월이다. 결코 되새기고 싶지 않은 참사이지만 우리 모두가 세월호를 기억 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9명 때문이다. 생사 확인이야 오랜 세월 탓에 새삼 거론할 문제는 아니지만 실종자의 유해를 거두지 못한 아픔 때문에 유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전남 진도군 앞바다인 맹골수도를 떠나지 못한 것이다. 44m 깊은 바다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 선체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실종자 유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그래서 실종자 가족들은 팽목항에 아예 거처를 마련하고 생업까지 포기한 채 하염없는 기다림을 이어 온 것이다. 이런 여망 때문일까. 세월호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침몰한지 거의 3년 만이다. ‘2014년 4월16일’. 그날을 생각하면 다시는 보고 싶은 않은 선체이지만 그래도 반가운 것은 한 가닥 걸어볼 수 있는 희망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의 진상이 이번에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인 것이다. 세월호 선체 인양에는 거의 3년이 걸렸다. 불가능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제
중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있어 매우 가까운 이웃 국가다. 또한 경제적, 정치적으로 미국과 다투는 세계2대 강국(G2)이다. 더군다나 북한의 유일무이한 혈맹 국이기도 해 우리에게는 이래저래 껄끄러운 상대다. 좋든 싫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중국이 ‘사드’ 문제로 단단히 토라졌다. ‘사드’가 경북 성주에 배치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오로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주장을 미국과 함께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이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중국은 사실상 미국이 자국의 영토를 감시하기 위한 의도된 ‘사드’ 배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마도 ‘사드’ 레이더가 감지 할 수 있는 광폭 반경을 의식한 항변이 아닌가 한다. 나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한폭탄’ 북한을 생각하면 우리로서는 절대 필요한 것이 ‘사드’이지만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여 피로감만 쌓인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핵심 전력 중 하나로 사거리 3천km급 이하의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고도 40~150km 상공에서 요격해 군 병력과 장비는 물론 인구밀집지역, 핵심시설 등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뜻에 부응하여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뤄낼 것입니다.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25일 가진 제18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거대한 포부였다. 그는 우리나라의 첫 여성 대통령인데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고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서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라는 새 기록의 주인공이다. 아버지 밑에서 대통령의 역할을 배운 만큼 그 누구보다도 국가 최고 지도자의 책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는 국민적 믿음과 열망을 갖고 큰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여성인 만큼 국민들 마음을 잘 헤아리고 보듬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미혼인지라 가족들의 비리 또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잘 차단할 것으로 믿었다. 이런 믿음은 그의 임기 4년만에 물거품이 됐다. 탄핵으로 헌정사상 첫 파면 대통령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이 그에게 더해졌다. 결국 국민행복이 아닌 ‘불행시대’를 만든 실패한 대통령이 된 것이다. ‘2017년 3월 10일’은 이제 우리에게 역사적인 날이 됐다.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미래가 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