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하는 분에게 들은 얘긴데 수렵을 할 때 길고양이를 만나면 수렵인들 간에 암묵적 룰이 있다고 한다. 죽이는 것이다. 수렵인들이 살상을 좋아하거나 잔인해서가 아니라 야생 고양이 대부분이 나쁜 병균을 가지고 있는 오염체라서 근처 농작물이나 가축들에게 심각하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종의 안락사 차원에서 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고양이 임신 기간은 60일 정도로 짧은데다 1년에 평균 4~5번 임신을 할 수 있어서 암컷 한 마리가 일년에 20마리 정도 새끼를 낳고, 갓 태어난 암컷도 1년 후면 임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개체수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이유이다.반면 길고양이를 보면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고양이 애호가들은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이름을 지어주고 사진을 찍고 고양이 지도까지 그려가며 보살피기도 한다. 그런 분들은 고양이를 죽이는 일은 끔찍한 만행일 뿐더러 인간 사회를 위해서도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길고양이에 대한 관점이 다른 것인데 한 쪽은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체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른 생명체(주로 인간에게 유용한 생명체)에게 해를 입히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길고양이는 한국만의 문
삼겹살 가격이 2011년 구제역 파동이후 최고가로 치솟았다고 한다. 국내 돼지 수량의 감소에 휴가철 특수가 겹친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에 따라 마트 등 유통매장에는 프랑스나 벨기에산 냉동 수입 삼겹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국산 삼겹살만큼 인기는 없다. 국산 삼겹살이 인기있는 이유는 '맛이 좋아서'이거나 막연한 '신토불이' 혹은 FTA에 희생당하는 국내 양돈농가를 보호해 주자는 인정적 차원도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산 돼지가 비싼 이유에서 사료의 질이나 항생제 과다여부 그리고 더 중요하게 돼지의 '위생' 혹은 '삶의 질' 측면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농림부에서 정한 돼지사육 기준은 축사에 평균 3마리를 기르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 10마리까지 사육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돼지는 의외로 깨끗한 동물인데(자연의 멧돼지는 자기 주거지 근방에는 똥도 싸지 않는다고 한다) 밀도높고 더러운 환경에서 자라다보면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꼬리나 귀를 물고 공격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빨과 꼬리를 잘라버리고 거세수술을 한다. 문제는 이런 행위를 마취도 하지 않은 상
집 근처에 고등학교가 있다보니 가끔 떡볶이 같은 거 먹을 때 아이들 무리에 뒤섞여 먹을 때가 있다. 조잘조잘대거나 웃는 소리가 흥겨운 음악처럼 들리기도 해 묘한 청량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딱한 건 애들이 너무 바쁘다는 거다. 허겁지겁 먹고들 일어나 마트 앞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원 차들을 타고 무리를 지어 여기 저기 학원으로 실려 간다.대부분 명랑한 표정으로 웃고 떠드는데 가끔 멍한 표정으로 하릴없이 그늘에서 담배 피우고 있는 기사아저씨나 카페테라스에서 무료하게 있는 나를 부러운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애들도 있다. 우려가 될 정도로 표정이 어두운 아이들도 간혹 보인다. 하루 15시간 이상을 공부에 몰입해야 하는 현실에 있으니 그런 게 이상할 게 없고 어쩌면 당연한 거 아닌가.광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이 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무엇을 위해서 그 꽃다운 나이에 공부하는 기계가 되어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이런 말을 하면 '당신은 애가 없어서 모른다' '너도 애 낳아봐라. 니 자식만 도태시키고 싶나' 하는 얘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교육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자기 자녀가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하면 기뻐하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게 문제인
현재 이 순간에도 인터넷 포털과 SNS 등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정보들이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구름처럼 실체없이 떠도는 건 아니다. ‘서버’라고 하는,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기계 안에 저장되고 있는 것이다.전쟁이나 천재지변, 화재 등으로 서버가 파괴되면 그 안의 데이터들은 간단하게 사라져버리고 만다. 물론 그런 사태에 대비해서 이중 삼중의 철저한 방비책을 세워놓고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확실한 방비책은 ‘미러링 mirroring’이라고 한다. 데이터를 하나의 서버가 아니라 다른 서버에 똑같이 동시에 저장하는 것이다. 이때 화재 등을 대비해 서버가 있는 건물이 아닌, 다른 건물에 똑같은 시스템을 둔다. 이런 식으로 각지에 똑같은 서버를 몇 개 두면 사고가 발생해도 데이터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돈이다. 같은 서버 한대만 더 가동해도 엄청난 돈이 드는데 몇개의 똑같은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겠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데이터센터들은 미러링 대신 나중에 주기적으로 백업하는 방식을 택한다.우리가 노트북에 담긴 정보들을 한달이나 혹은 일주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발표한 2013 가정폭력 행위자상담 통계에 따르면 손발이나 흉기를 사용한 한국의 가정폭력 현황은 2012년 84.1%에서 2013년 89.8%로 증가했다. 이 중 남편에 의한 아내 폭행이 77.9%로 압도적이다. 적지 않은 가정에서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손발, 흉기로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야만적인 현실은 왜 개선되지 않는 것일까.한국사회가 ‘가정’이란 사회단위를 너무 불가침의 영역으로 개별 성역화하는 것이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가정폭력? 그게 뭐? 때리는 놈이 나쁜 놈이란 거 누가 모르나? 요새 세상에 맞는 사람도 바보지 뭐. 딱하지만 뭘 어떻게 할 건데? 자기들 가정 문제인데. 이런 시각들로 인해 명백한 범죄인 가정폭력이 당사자 개인들이 해결할 문제 희석화되어 버리곤 한다.가정폭력에는 아내 폭행이 가장 많지만 그밖에 노인 학대, 언어폭력, 데이트 폭력에 이르기까지 그 양상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 폭력의 연쇄고리에서 가장 하부에 위치하면서 가장 가혹한 폭력은 아동학대이다. 아내폭행에서부터 아동학대에 이르기까지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무섭고 소름끼치는 것은 많은 경우가 ‘사랑하니까’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도 가족이
마루야마 겐지를 읽으면 왠지 내가 한참 잘 못 살고 있는 어설픈 인간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이 거기. 그래 너. 그렇게 어영부영 살면 안 돼!” 하는 듯한. 소설가의 각오나 천년동안에도 어떻게 끝까지 읽어내긴 했지만 읽는 내내 쿠사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인생 뭐 있어? 좋은 게 좋은 거지’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식 헐렁함을 더 편안해하고 겐지 상은 아주 잊고 있었는데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덥석 사버렸다.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과연 마루야마 겐지답게 초지일관 꼿꼿한 어조로 일관하신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그만큼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구급차 기다리다가 숨 끊어진다. 외로움 피하려다가 골병든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친해지려하지 말고 그냥 맘 편하게 욕 먹어라. 깡촌에서 살인사건 자주 벌어진다. 자기 몸 자기가 지켜야 한다. 급기야는 호신용 수제 창을 만들어서 강도를 만나면 주저말고 찔러라! 까지 꼼꼼하게 일러주고 있다.전원생활을 꿈꾸며 귀농, 귀촌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고약한 노인네의 악담으로 들릴 수 있다. 폐쇄적이고 이중적 기질이 있는 일본과 한국의 현실은 다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차이를 감안하
One for One. 미국의 신발업체 Toms가 지향하는 모토인데 신발 하나가 팔릴 때마다 가난한 나라의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신발 하나를 기부한다는 취지이다. 탐스의 창업주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중 아르헨티나 전통신발인 ‘알바르가타’에 영감을 받고 이 가볍고 편한 신발을 대량생산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일대일 기부 방식도 함께 고안했다고 한다. 탐스가 미국에서 최초로 발매된 때가 2006년이니 일찌감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 이념으로 적극적으로 실천한 셈이다.이 획기적인 기부 방식으로 탐스는 미국 내에서 대단한 히트를 쳤고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2010년 탐스가 한국에 처음 상륙할 당시에는 물량이 딸려서 백화점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서야만 살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가볍고 심플한 디자인 뿐만 아니라 그 기부방식 역시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신발을 하나 사면 아프리카 어느 못 사는 나라의 가난한 어린이에게 새 신발을 하나 기부할 수 있다니. 뿌듯하고 멋지지 않은가. 그런데.그게 그렇게 뿌듯하지도 멋지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새 신발을 기부한다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이다. 더 많은 사람
지난 주 일본 도쿄에서는 이색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2,500여명의 여성들이 “전쟁에 미친놈들과는 섹스하지 않겠다”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도쿄를 근거지로 하는 일명 ‘전쟁에 목매는 남자와는 섹스 안하는 여성’ 그룹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해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정권을 맹비난했다. 아베 신조로 대표되는 우익 정치권 뿐만아니라 그들 정책에 동조하는 사업가 등도 섹스파업의 대상이다.집단 자위권이란 외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근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공동 방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국제법 상 개념이다. 일본 입장에서 밀접한 이해관계에 있는 인접국가는 한국이다. 따라서 일본의 집단 자위권이 발효되면 한국에서 전시 상황 발발시 일본은 합법적으로 군대를 동원해 전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해 지속적인 제스추어를 취해 온 아베 내각은 최근 현행 평화헌법 9조의 해석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헌법 9조는 일본의 군대 보유와 전쟁을 통한 분쟁 해결을 금지한 규정인데 이를 변경함으로써 집단자위권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전쟁을 하겠다
“제국주의를 대외정책으로 민주주의를 대내정책으로 쓸 수 있었던 저 자유자재한, 행복한 시대는 영원히 가고 우리는 지금 국제협조, 후진국 개발의 새 나팔이 야단스러운 새 유행 시대에 살고 있으니 민주주의의 거름으로 써야 할 식민지를 부앙천지 어느 곳에서 손에 넣을 수 있으랴. 그러나 식민지 없는 민주주의는 크나큰 모험이다.”이런 고민을 하는 주인공에게 그가 존경하는 여자친구는 식민지의 대용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막 뺏고, 퍼내도 아깝지 않을 그런 것이 어디 있냐고 그가 반문하자 여자친구는 있다고 말한다.바로 ‘사랑과 시간’이라고.남자는 경악하여 넉넉히 십 분 남짓을 망연자실한 끝에 모기 소리만하게 대꾸한다.“여자여, 그대의 언(言)이 미(美)하도다”그리고 그녀를 미친개처럼 키스하였다.미국 유학을 다녀온 다른 여자가 그에게 미국에 갈 생각이 없냐고 묻자 그는 흥미없다고 말한다. 우리 민족 전체가 유학하고 있는 셈 아니냐고. 보는 것, 듣는 것, 행동하는 것 모두가 미국문화 아니냐고. 앉아서 경험하는데 뭣 하러 돈 쓰고 가냐고.여자는 그에게 내셔널리스트라고 말한다.그는 그게 문제라고, 난 내셔널리스트가 아니라고, 국문학이라는 과가 내셔널리스트 되기에는 나쁘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컴퓨터를 켠 후 동화 한 편을 읽는다고 한다. 난 동화책은 안 보지만 주변에 있는 아무거나, 예를 들면 마트에서 준 전단지라도 펴서 읽는다. 커피 한 잔을 끓여서 마시기도 한다. 컴퓨터가 부팅되는 동안 모니터를 노려보기 보다는 작업 준비를 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컴퓨터는 날로 스마트해지고 있지만 그 덕분에 더 피곤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컴퓨터가 부팅을 한다는 것은 이전 상태의 데이터들을 취합하고 각 프로세스들을 일일이 점검하여 작업태세를 갖추는 복잡한 과정이다. SSD를 사용하는 최신기종은 부팅이 빠르지만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기종은 한번에 이런 준비를 다 하기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바쁜 컴퓨터에게 약간의 티 타임 정도는 줘야 하는 게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스마트한 예의 아닐까.비단 부팅 시에만 국한시킬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매일 매일 인터넷과 문서, 이미지 등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서치하고 보관하고 처리하고 전송하는 격무를 치르고 있다. 사람들이 격무에 시달리다보면 두뇌활동이 저해되듯이 컴퓨터도 오랜시간 많은 일을 처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처리속도가 떨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