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다르게 무척이나 더운 올 여름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최고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등 전국이 그야말로 찜통 더위에 휩싸였다. 이런 찌는 듯한 폭염과 함께 우리 국민들의 ‘짜증지수’를 더욱 급상승시키는 것이 있다. 바로 가정용 전기에 적용되는 누진 요금제이다. 전력사용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요금단가가 높아지다 보니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도 마음 놓고 에어컨조차 켜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전기료 폭탄’ 때문이다. 전력 사용량이 최고 단계에 들어가면 기본 단계 요금의 11배에 달하는 폭탄을 맞는다. 많이 쓰면 당연히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맞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로서는 이래저래 서럽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절약의 생활화를 위해 지난 1974년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문제는 누진제가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된다는데 있다. 산업용과 상업용은 예외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전기를 돈 버는데 쓰는 산업계에 오히려 더 많은 사용료를 물려야 마땅한데 현실은 정반대다. 생활을 위해 전기를 반드시 써야하는 일반 가정에만 누진제 요금을 물리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산업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우리 국민 모두의 열망이었다. 풍족
‘고양이에 생선’이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겨 놓으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뻔하다.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생선을 온전히 놔둘 리가 만무하다. 도둑에게 내 집 좀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에 대한 어리석음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정운호 법조로비 사건’의 주역인 홍만표 변호사, ‘넥슨 대박주식 뇌물 사건’의 주인공인 진경준 검사장, ‘의혹 투성이’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등, 이들은 전·현직 검사들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검찰의 고양이들이었다. ‘생선’을 맞긴 생선가게 주인이 뒤늦게 어리석음을 탓하고 후회하며 땅을 치듯 우리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도 이만저만 아니다.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다. 사회 질서와 정의 실현에 꼭 필요한 권력이다. 반면에 검찰의 권력은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한 기념으로 준 것이 아니라 국민이 맡겨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런 권력을 행사하는 검사는 직업적 소명의식이 남달라야 하고 무엇보다도 엄격한 법적, 도덕적 잣대를 자신에게 스스로 댈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쓰거나 남용에 대한 경계이다. 법조 브로
검사장은 검찰의 꽃이라 불린다. 군인으로 치면 별을 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같으면 사법고시를 합격해 검사가 되면 바로 ‘영감님’이라 불릴 정도로 위세가 등등해지는데 이런 검사들의 제일 윗자리인 검사장이 되면 아마도 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검찰의 최고 수장인 총장까지 기대할 수 있는 자리이니 만큼 대내외의 부러움도 산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검사장이 검찰 전체의 얼굴에 먹칠하는 큰 사고를 쳤다. 68년 검찰 역사상 첫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진경준 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망신도 이런 망신은 없다. 법부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대국민 사과까지 불러 왔으니 말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모과는 과일전 망신의 주역이다. 다른 생선이나 과일에 비해 유달리 모양이 별나고 못생긴 탓에 어물전과 과일전 전체의 이미지를 흐려놓는다 해서 이런 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꼴뚜기와 모과로서는 참으로 원통해 할 일이다. 진경준이 딱 그 꼴이다. 아마도 속으로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닌데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 특정인의 특정 사안 만을 가지고 전체를 논해서는 안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진경준 대박주식 뇌물 사건’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가 궁극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기업도 거대한 사회 조직의 일원이다. 이 때문에 합법적인 이윤 추구 못지않게 기업이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이해 관계자 모두의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하는 의무도 주어진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다.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업 활동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르나 이제는 사회 구성원을 무시한 기업의 무분별한 활동은 지속 가능 경영을 불가능 하게 한다. 이 때문에 기업은 고용창출이나 재화공급 등의 고유 개념을 넘어서 사회공헌 활동, 상생경영, 사회적 약자배려, 환경 경영, 문화 활동 지원 등을 경영의 주요 항목으로 삼는다. 또 하나의 사회 구성원인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춘 경영 개념인 셈이다. 기업의 이미지와도 결부되는 문제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제품의 화려한 포장만큼이나 이 제품을 만든 기업의 이미지가 제품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기업 경영의 필수사항이 돼 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지대한 데도 이를 깡그리 무시한 정
‘국회의원’ 하면 우리 국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아마도 좋은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할지 모른다. 기대감보다는 실망감만 줘왔으니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우리 정치판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고스란히 나타난 사실이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특정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성과 모범을 보인 인물도 많다. 그러나 선거 때만 되면 오로지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겠다 해놓고는 실제로는 말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국민들 눈에는 국회가 그저 위선(僞善)의 온상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헌법에 의해 권한과 의무가 정해진 하나의 헌법기관으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대단한 자리다.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불체포특권이나 면책특권의 특별한 권리를 부여 받고 적지 않은 여비와 각종 수당, 교통 편익권과 같은 각종 혜택도 주어진다. 이런 특권과 혜택에는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을 위해 소신 있게 입법 활동을 해달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 국민이 부여한 권리를 국민을 위해서만 써달라는 특권이다. 또한 특권만큼이나 헌법과
롯데그룹은 유통과 식품, 레저, 건설, 석유화학, 금융 등의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자산이 1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재계 순위 5위의 재벌기업이다. 소비재 중심인지라 우리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롯데’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다. 과자와 껌, 햄버거 등 먹거리뿐만 아니라 마트, 백화점, 홈쇼핑, 여행, 놀이시설, 영화관과 같은 즐길거리를 총 망라하고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롯데의 고객이다. ‘롯데’라는 이름 또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등장 인물인 샤롯데(charlotte)에서 따왔다고 한다. ‘소비자로부터 영원히 매력적이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담기 위해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런 숭고한 뜻을 과연 제대로 따르고 있는 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정도로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이런 롯데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예사롭지 않다. 롯데 내부의 비자금 조성에 따른 횡령 및 배임여부를 뒤져 보겠다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다.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30개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롯데 비자금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수사 초기부터 신격호, 신동빈 회장
참으로 가관이다. ‘가덕도 VS 밀양’. 신공항 입지를 놓고 영남권이 ‘부산’과 ‘대구·경북·울산·경남’으로 아예 두 쪽이 났다. 이들 지역이 ‘양보절대불가’의 한판 승부를 벌이는 터라 지역 간 갈등이 최고조다. 지역의 거리를 가득 메운 현수막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연일 삭발, 시민 총궐기대회 같은 협박성 시위로 정부를 압박한다. 무슨 뒷배가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서로 의심까지 한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입지선정 심사 결과 발표가 코앞이다 보니 더욱 혈안이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불쏘시개가 되고 있으니 불길은 걷잡을 수 없어 보인다. 영·호남 간 지역구도 청산이 지상과제가 된 마당에 또다시 지역 갈등이라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저 답답함뿐일 것이다. 선정 결과 발표 후폭풍이 걱정이다. 이런 판국이면 어느 쪽이 되던 한쪽은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讐)가 될게 뻔하다. 공항은 항공수요를 따져 만들어져야 한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무분별한 공항 신설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인구 5천만명의 좁은 땅덩어리에 무려 19개의 크고 작은 공항을 갖고 있다. 국제공항만 해도 8개에 달한다. 이것도 모자라 앞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언제인가 대권 후보자 지지율 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다. 아마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막중 책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라 믿었다. 지금까지 9년 이상 유엔을 이끌고 있는 인물인지라 본의는 아니지만 한국 정치 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듯한 모습이 국제사회에 비춰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추측했다. 이를 본 순진한(?) 우리 국민 모두는 대권보다는 지금의 주어진 책무에 충실하는 훌륭한 분으로 반 총장을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5월25일 방한한 반 총장의 행보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 종전과 달리 작심한 듯 대권 도전 의지를 추측케 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것도 방한 공식일정에 앞서 참석한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포럼에서 뱉어냈으니 이런 추측은 당연한 결과다. “국가 통합을 위해 계파와 지역 파벌을 없앨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 “북한과의 대화를 향한 길을 찾아야 하는데 남북대화채널을 유지해온 건 내가 유일한 것 같다” “임기후 한국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를 고민 하겠다” 등등이다. 대통합을 지도자상으로 제시하고 최대의 정치현안
제19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 역대 국회 가운데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적은 없다. 이렇다보니 ‘역대 최악’, ‘식물 국회’, ‘무능 국회’라는 자랑스럽지 못한 말들이 줄줄이 따라 붙었다. 4년 전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결과는 큰 실망뿐이었다는 얘기다. 시쳇말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동안 속고 속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거의 만성이 되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아깝다. 그들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데 그야말로 본전만이라도 건져봤으면 하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그들에게 크나큰 업적을 기대한 것도 아니다. 보통 수준으로만 해줘도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 수준에도 미달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 4년이 허송세월이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과 대우는 어마어마하다. 장관급 예우에 겸직 허용은 기본이다. 불체포, 면책 특권을 갖는다. 의원회관 내 45평짜리 사무실에 앉아 최대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리고 연봉과 활동비, 차량 유지비, 등의 명목으로 연간 2억원이 훌쩍 넘는 혈세를 받아 챙긴다. 공짜도 참 많다. KTX, 선박, 국적 항공기를 타면 모조리 공짜다. 의원회관 내 이발소·미장원·헬스장·목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있다. ‘김영란법(法)’이라 불리는 이 법의 시행령안이 오는 9월 발효를 앞두고 입법예고 되면서 말들이 참 많다. 선량한 일반인들이야 많고 많은 법률 가운데 또 하나가 생기는 모양이다 할 수 있을 만큼 아무 상관이 없는 법이다. 법은 필요가 있으니 만들어진다. 무엇을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말로 해서 안 되니 법의 잣대를 들이대 처벌을 하겠다는 경고이다. 무엇이든 못하게 하면 꼭 불편한 사람이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나 공직자에 준하는 사람들이 불편해 할 법이다. 부정한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법인데 무엇 때문에 시행도 하기 전부터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일까. 이권을 얻을 목적으로 어떤 직위나 권한이 있는 사람을 매수하기 위해 넌지시 주는 부정한 돈이나 물품이 뇌물(賂物)이다. 받는 사람은 재물이 늘어나니 마다할 이유가 없고 주는 사람은 몇 배의 이익을 더 챙길 것이라는 기대감에 죽어라 그 대상을 찾는 것이 뇌물이다. 들통 나면 패가망신할 줄 뻔히 알면서도 부정한 뇌물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원채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뇌물을 주거나 받는 사람 모두 본인들 외에는 그 누구
‘정운호 법조 로비’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300억대의 상습 해외 원정 도박으로 처벌을 받게 된 일개 사업자 한명이 자신의 구명을 위해 수십억원의 돈을 뿌리면서 벌어진 일에 달콤한 돈 맛에 빠져든 내로라하는 법조인들이 조연을 맡으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탐욕을 쫒는 것이 사건의 내용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온갖 구린내를 풍기며 얽혀 있다. 무엇보다 공정하고 형평성을 잃지 않아야 할 법조인들이 펼치고 있는 그야말로 한편의 ‘막장 드라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은 없을 듯하다. 드라마의 시작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을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폭행을 당하면서 부터다. 항소심 재판에서 정 대표를 보석으로 풀려날 날 수 있도록 해 주는 조건으로 최 변호사가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이 폭행의 단초다. 정 대표는 보석은 커녕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자 약속을 어겼으니 수임료 전액을 돌려 줄 것을 요구했고 최 변호사는 30억원만 돌려주고 20억원은 착수금이어서 돌려 줄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이유이다. 최 변호사가 정 대표를 폭행혐의로 고소한 것이 자칫 개봉도 못한 채 묻힐 뻔 한 ‘막장 드라
부실로 침체의 늪에 빠진 산업은 구조조정이라는 큰 수술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Restructuring, 構造調整)은 기술혁신, 경쟁격화 등의 외부 환경과 기업의 기존 사업이나 제품의 성장성, 수익성이 둔화되는 내부 환경 등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다. 인원 감축과 신규 사업 진출, 주력사업 교체, 중복사업의 통폐합 및 축소, 자산매각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구축하고 장기적으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벼랑 끝에서 그냥 주저 않기보다는 일단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고 다음 기회를 보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살기 위한 방편이다. 부실기업 및 부실징후기업은 물론 정상 기업에서도 수시로 이루어진다. 반드시 나쁜 뜻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해운, 조선업이 구조조정이라는 수술대에 올랐다. 수익성 악화가 그 원인이다. 글로벌 경제 침체의 직격탄을 해운, 조선이 맞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진 마당에 특정 산업 만을 놓고 잘잘못을 따지기는 어렵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가 급격히 줄고 제조업들은 물건을 만들어 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질 일이다. 수백명의 국민이 피해를 보고 숱한 진정과 호소에도 무려 5년간이나 잊혀지다시피한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정부나 수사기관, 언론까지 이렇다할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왜 5년 만에 검찰이 새삼 본격 수사에 나섰는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준 기업들이 이제 와서 왜 보상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지 등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동안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과 원망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였을 텐데도 말이다. 대형할인점 롯데마트는 지난 4월18일 느닷없이 김종인 대표이사의 사과문 발표를 통해 “공식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피해여부 확인이 어려웠다는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원인규명과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점을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자체 브랜드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업체 가운데 하나이다. 100억원 이상의 보상기금 마련 등이 담긴 보상대책을 함께 내놓았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5년간이나 지켜오던 침묵을 깨고 자초지종을 생략한 채 사과와 대책을 밝힌 것이다. 검찰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0대 국회의원 4·13 총선거가 막을 내렸다. 결과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참패다. 과반 의석은 커녕 제1당 자리까지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정당별 의석수를 보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 등이다. 한마디로 ‘더민주 승리, 새누리 참패, 국민의당 돌풍’으로 요약할 수 있다. 16년만에 전형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 형국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親朴)의 오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다’(조선), ‘여당 참패, 박근혜 정부 확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이다’(동아),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을 심판했다’(한겨레) 등 주요 조간들은 하나같이 집권 여당의 잘못을 꼬집었다.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인데도 이를 거스른 여당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새누리당의 참패는 한마디로 그동안 여당이 보여 온 오만방자함에 대한 심판이다. 올 것이 결국 왔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이미 예고됐는데도 그들만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다. 3년전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면서 그들은 모든 세상을 얻은 듯 했다. 국민의 절반을 간신히 넘는 지지를 얻어 만든 대통령인데도 절대 다수의 지지를
프랑스어로 ‘닭의 벼슬’을 의미하는 노블리스와 ‘달걀의 노른자’를 의미하는 오블리제의 합성어인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닭의 사명이 자신의 벼슬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알을 낳는데 있음을 일깨워 주는 말이라고 한다. 즉,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명예를 가진 사람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초기 로마시대에 몇몇 왕과 귀족들이 투철한 도덕 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을 보인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게이츠와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인 워런버핏 등 세계적 거부들이 전 재산의 99%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런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경주 최부자 가문이 바로 그것이다. 역사상 보기 드물게 300년 동안 12대에 걸쳐 부를 유지하면서 단 한 번도 국민적 원성과 지탄을 받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최부자 가문이 도덕적 의무를 다할 수 있었던 것은 대대로 신조로 삼고 실천해 온 가문의 육훈(六訓) 때문이다. △진사 이상 벼슬 하지 마라 △ 만석 이상 재산 쌓지 마라 △ 흉년기에 땅 사지마라 △ 과객에